[백승현의 시각] 노동개혁 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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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로 고용노동부와 첫 인연을 맺은 지 10년 남짓, 요즘처럼 부처 분위기가 가라앉고 직원들의 한숨 소리가 컸던 적이 있었나 싶다.
윤석열 정부는 다수의 예상을 깨고 적폐청산위원회를 꾸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고용부 분위기는 2017~2018년 못지않게 축 처져 있다.
개혁은커녕 현시점에 가장 정신없고 속 시끄러운 데가 용산 대통령실이니 부처 실·국장 인사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있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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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로 고용노동부와 첫 인연을 맺은 지 10년 남짓, 요즘처럼 부처 분위기가 가라앉고 직원들의 한숨 소리가 컸던 적이 있었나 싶다. 있긴 있었다. 2017년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 행정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꾸린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9개월간 부처를 뒤집어놨을 때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등판한 새 정부의 ‘점령군’으로 인해 당시 고용부 분위기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윤석열 정부는 다수의 예상을 깨고 적폐청산위원회를 꾸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고용부 분위기는 2017~2018년 못지않게 축 처져 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고용부 주요 보직 수개월째 공석
우선 인사가 ‘올스톱’ 상태다. 고용부 주요 보직의 공백 상태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조직의 예산 집행과 결산, 국정과제 수행과 정책·입법을 위한 대(對)국회 조율 업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 방이 주인을 잃은 지는 4개월이 됐다. 지난 6월 당시 기조실장이 대통령실 고용노동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이후 고용정책실장에 이어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지만, 본연의 업무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판에 업무 공백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산안본부는 고용부 본부에서 차로 이동해도 10분 넘게 걸린다. 용산에서의 인사가 감감무소식이자 노동정책실장까지 실장 세 명이 3개월씩 번갈아 직대를 맡는 식으로 ‘셀프 장기 플랜’을 세웠다는 말도 들린다.
고용부의 상징 조직인 근로기준정책관(국장)실도 빈방이 된 지 오래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직후인 7월 19일 근로기준국장이 노동정책실장으로 승진하면서 3개월 넘게 공석이다. 김문수 장관은 취임 이후 수시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강조하고, 구체화될 경우 그 폭발력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정작 실무 책임자를 누구로 정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더불어 올해 핫이슈인 필리핀 가사도우미 업무를 총괄하는 국제협력관(국장)실은 또 어떤가. 국제국장 역시 7월 이후 필리핀 가사도우미 입국, 일부 이탈, 추방이 이뤄지는 동안 내내 공석이다가 3개월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발령을 냈다.
개혁은커녕 소는 누가 키우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은 황당해하면서도 지금 상황을 이해 못할 바 아니라는 냉소를 쏟아내고 있다. 개혁은커녕 현시점에 가장 정신없고 속 시끄러운 데가 용산 대통령실이니 부처 실·국장 인사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있겠냐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온 지 오래됐고, 공무원들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감사를 걱정하며 바짝 엎드렸다.
한창 진행 중인 국정감사는 또 어떤가. 야당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장관 후보자의 머릿속 생각을 바꿔놓겠다더니 국감에서조차 국정이 아니라 ‘국적’을 감사하겠다는 태세다. 그런 야당만큼이나 장관도 뻣뻣하게 맞서면서 국정 파행을 방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기치를 올리고, 그중에서도 노동개혁을 제1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개혁은 고사하고 소는 누가 키우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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