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선명성…기업인 만나 `이승만 토지개혁·박정희 중공업화` 역설
"토지개혁·한미방위조약·중공업화가 정치 결정적 장면"
"토지개혁, 만석꾼 나라를 기업가 나라로…우상향 출발"
"AI가 기회, 성장해야 격차해소…기업혁신 방해 없앨 것"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경제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자유민주주의 정당, 보수정당이란 걸 저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선명성'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특히 초대(初代) 이승만 정부 토지개혁과 6·25 전후 한미동맹 체결, 박정희 정부에서 실현된 중화학공업화를 '우상향 성장'의 출발점으로 봤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전날(21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에서 열린 경총 초청 간담회에서 "제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보수정치의 본령은 '경쟁'을 장려하는 것, 경쟁의 룰을 지키는 것, 경쟁에서 졌거나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 발전을 훼방 놓지 않는 정치"를 말하면서도 그는 정치 고유의 역할을 시사했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는데 정치에 있어서 결정적인 장면이 있었다. 그중 토지개혁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중공업화 정책을 생각한다"며 "토지개혁을 통해 '만석꾼(대지주)의 나라'가 '기업가의 나라'로 바뀌는 출발을 했다"고 전제했다.
아울러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국방 부담을 덜고, 산업발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중공업화 정책으로 다른 차원의 퀀텀 점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지개혁은 '지주 농지 유상매입, 농민 유상(수확량 분납)분배'가 골자로, 이승만 초대대통령과 '조봉암 농림부' 주도로 1949년 6월 국회 입법을 거쳐 1950년 4월부터 시행됐다.
농지개혁은 '나라가 인정한 내 땅'을 가진 자영농을 크게 늘렸고, 자본으로도 활용될 여지를 줬다. 토지 '몰수' 후 농민에게 경작권만 부여하고도 고액 현물세를 거둬간 북한식 개혁과는 차별화됐다. 제도 시행 두달여 만에 6·25 남침전쟁이 발발했지만, 농민계층 대부분이 북측에 포섭되지 않은 핵심 배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농지개혁 대상이 된 지주들에겐 국가사업 우선참여권이 주어져 재산이 산업자산화할 계기가 됐다. 한 대표는 법무장관이던 지난해 7월15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도 "이승만 정부 농지개혁이 대한민국 산업화의 근간"이라며 "농지개혁처럼 우리도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혁신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농지개혁으로 만석꾼의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이병철, 최종현 회장 같은 영웅들이 혁신을 실현하고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대전환의 계기가 됐다" 등 언급을 남긴 당시 포럼 연설은 이승만 대통령의 독립운동·건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감독 김덕영)에도 인용된 대목이다. 한 대표는 지난 2월 영화를 관람했다.
지난달 25일에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승만 대통령기념관 조기 건립'을 위해 개최한 국회 세미나에서 신철식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 이사가 "농지개혁,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등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에게 선물처럼 안겨준 정치적 자유, 경제적 자유, 안보 백년대계, 경제건설, 교육혁명"을 거론해 토지개혁 등 평가가 이뤄졌었다.
한편 한 대표는 경총 간담회에서 "저는 대한민국이 우상향 성장을 할 기회가 남아 있고, 그 기회가 바로 지금 와 있다"며 "AI(인공지능) 혁명을 통해 우상향 성장을 이뤄내야 하고 그 성장의 과실로 '격차해소'를, 모두를 위한 복지를 해낸다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국민들이 지원해줄 것"이라고 자신의 '격차해소' 코드와도 연결지었다.
아울러 "그래야 우리 정부가 기업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더라도 국민께서 용인해 주실 것이다. 결국 그(성장과 복지) 키(key)는 기업의 발전에 달렸다"며 "손경식 경총 회장님이 말씀하셨다시피 정치가 기업의 발전과 혁신을 훼방놓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희는 그걸 하지 않고 없애는 방향의 정책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게 제가 말씀드리는 자유민주주의와 보수정치의 본령"이라며 "기업 발전을 훼방놓지 않는 정치, 기업 발전을 파격적으로 응원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나라가 후퇴할 수 있는 어떤 포퓰리즘적 조치는 욕먹더라도 막겠다. 필요한 것엔 몸사리지 않고 당이 나서겠다"며 "저희는 할 일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경총의 정책 제언에 관해 김상훈 당 정책위의장도 "획일적 주 52시간 근로제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라며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 동의한 범위 내에선 유연한 고용 체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실었다. 또 "지난(문재인) 정부 때부터 경영하시는 분들을 형사 피의자로 몰고가는 시스템이 지금 자리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논란되고 있는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가 지금 상당히 이견 조율에 난제"라며 "주주 중 기관투자자도, 외국인도, 사모펀드도 소액주주 등도 있는데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을 어떻게 다 충실히 하느냐는 논리적 모순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고 짚었다. 야당은 물론 정부와도 결을 달리한 의견으로, 대안을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경총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제도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정립 △근로시간 활용 노사 선택권과 유연근무제 △법정 정년 일률적 연장 금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일몰연장 등을 건의했다. 손 회장은 "국회에서 법·제도 개선이 여의치 않으나 노동개혁과 과감한 규제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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