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가 열광하는 K컬처… 기업의 ‘문화 경영’을 제안한다

신현웅 웅진재단이사장·前 문체부차관 2024. 10. 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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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기간 대한민국 문화를 홍보하고 스포츠 외교의 장으로 활용됐던 코리아하우스 내 CJ 홍보관의 모습. /연합뉴스

ESG 경영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과 투명 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2006년 유엔이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반영하면서 ESG 경영은 확산되었다. ESG 경영은 금과옥조인가? 그동안 우리 기업 경영에 기여한 부분이 있지만, 이제는 한국 문화와 전통에 맞는 기업 문화를 모색할 때가 되었다. 문화 행정가로서 기업 문화에 대한 졸견을 제시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다. AI와 로봇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 시대에 진입하고 있으며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K팝, K시네마, K문학의 한류 물결이 5대양 6대주로 퍼져나가고 있다. BTS의 세계 제패,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1100억뷰 돌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으로 전 세계 수억 명의 한류 팬이 한국 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해일 파도처럼 물 들어올 때 한국 기업은 문화의 배를 띄워 노 저어 나아가야 한다. 우리 민족의 건국 이념이라 할 수 있는 ‘홍익인간’ 사상을 담은 기업의 문화 가치 경영을 제창한다.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고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는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한다.

이제 한국 기업은 ESG 경영의 ‘사회(Social)’를 한국심(韓國心)을 담은 ‘문화(Culture)’로 대체한 ECG 경영에 나서야 한다. 기업의 문화 경영에는 사회적 책임, 가족 친화가 포함된다. 일류 기업들은 좋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당하고 있는 우리 기업이 K컬처의 혼을 담은 문화 국가 코리아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업의 문화 가치를 창출하자. 문화의 품격을 지닌 기업이 한국인의 따듯한 마음을 담은 제품을 만들고 빠른 추격이 아니라 선도형 기업 경영을 추구하자.

제조업, 농업, 의료 생명 분야 상당수는 AI와 로봇으로 대체되고 문화 콘텐츠·서비스업의 총부가가치와 고용률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4차 산업 시대에 우리 기업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 기업 풍토를 혁신하여 기업의 가치관과 헤리티지를 담은 브랜드를 창출하자. 한국은 한글을 보유한 문화 강국이다. 루이비통,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한글 글자체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듯 한국인과 한국 문화가 갖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끌어내야 한다.

애플이 디자인으로 기술 혁신을 선도했듯이 디자인이 기술을 이끄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385만원짜리 디올백의 제조 원가는 8만원밖에 안 된다고 한다. 무려 제조 원가의 48배나 주고 디올백을 사는 소비자는 효용성 외에 디올의 브랜드와 디자인에 숨겨진 문화적 가치와 상징적 부를 함께 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색채, 소리, 향기, 맛, 멋 등 오감 만족의 유니크한 제품을 만들어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

70년대 말 현대건설은 20세기 최대의 공사로 일컬어지는 사우디아라비아 알주바일 신항만 건설 공사를 창의적인 공법으로 기한 내에 완공했다. 필자는 주사우디 대사관에 근무할 때 서너 차례 공사 현장을 방문해 큰 감동을 받았다. 400톤짜리 철구조물 89개를 울산 현대조선소에서 제작해 1만2000km 떨어진 사우디 현장까지 바지선으로 해상 운송하는, 돈키호테도 울고 갈 무모한 도전을 통해 공사비와 공기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정주영 회장은 사막 공사장에서 웃통 벗고 현장 노동자와 씨름 대회를 하며 노동자의 사기를 올리고 노사 화합을 이루었다. 이러한 도전 정신, 창의성, 노사 문화가 현대의 기업 문화에 내재된 가치라 할 수 있다.

한국인은 흥과 신명이 있는 민족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동력도 신나게 일하는 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의 흥과 신명을 살릴 수 있는 조직 문화와 수평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 우리 기업이 ECG 경영으로 문화의 힘을 온축하여 홍익인간의 세상을 펼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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