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김철중]고비사막, 태양열-풍력 발전 중심지로 변신… ‘탄소중립’ 향한 중국의 발걸음
재생에너지 시설 들어선 고비사막… 반사거울로 모은 햇빛 태양열 발전
걷기 힘든 모래바람, 풍력 터빈 돌려… 사막서 만든 전기, 동부 도시에 쓰여
재생에너지 비중 10%포인트 올려… 과잉생산 우려에도 ‘신성장동력’ 투자
● 亞 최대 ‘용융염 태양열’ 발전소
이곳은 중국 서우항하이테크(首航高科)의 100MW(메가와트)급 ‘용융염’ 타워식 태양열 발전소다. 115m² 크기의 대형 거울 1만2000개가 타워를 중심으로 동심원 형태로 세워져 ‘슈퍼거울 발전소’로 불린다. 발전 용량 기준 아시아 최대 규모로 2018년 12월 첫 운영을 시작했다. 전체 부지 면적이 축구장 450개에 이르러 지상에서는 전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마치 사막에 있는 거대한 해바라기 같은 웅장한 모습이다.
집열판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이나 일반 증기식 태양열 발전은 해가 떠 있는 낮 시간대에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가열된 용융염은 오랜 시간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머금어 마치 마그마와 비슷한 형태다. 따라서 고온 탱크에 저장해 놓으면 24시간 언제든지 동일한 수준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둔황은 태양열 발전의 최적지로 꼽힌다. 사람이 살지 않고 대부분 평지인 사막에는 대량의 반사거울을 세울 부지 확보가 쉽다. 또 이곳의 일조량은 연간 3258시간으로 중국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발전소 관계자는 “연간 계획 발전량은 3.9억 KWh(킬로와트시)로 매년 35만 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풍력 발전에 최적인 사막 바람
사막의 매서운 바람 역시 재생에너지의 훌륭한 자원이다. 다음 날 방문한 간쑤성 주취안(酒泉)시 과저우(瓜州)현은 고속도로 양쪽으로 풍력 발전 터빈과 송전탑이 끝없이 세워져 있었다. 이날 오후 과저우현 타이위안(泰源) 신에너지 유한공사에 도착했을 때 바람은 초속 12m. 대형 건물 하나 없이 평지인 사막이다 보니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거셌다. 그 엄청난 바람이 110m 높이의 기둥에 매달린 85m 길이의 날개를 쉴 새 없이 돌리고 있었다.
과저우현은 전 지역이 하나의 거대한 풍력 발전소와 다름없다. 강원도 전체 면적(약 2만 m²)과 비슷한 과저우현에는 약 5800개의 풍력 터빈이 설치돼 있다. 풍력 발전 덕분에 과저우현을 포함해 주취안시 전체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80%에 이른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재생에너지는 중국 전역으로 옮겨진다. 대륙 서쪽의 사막에서 주로 만들어지지만, 중국 주요 대도시나 공업 도시는 대륙 동쪽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웨이민(張爲民) 사장은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은 남동부 후난(湖南)성으로 보내진다”며 “풍력 터빈이 생산한 전력의 불완전성을 줄이는 변압기를 자체 개발한 끝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분야 선두를 달리는 게 자연 환경의 이점 때문만은 아니다. 2차전지 시장에서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바나듐 배터리 연구가 대표적이다. 희귀 금속인 바나듐은 주로 철강재의 강도를 높이는 용도로 사용돼 왔다. 그런데 바나듐을 이용해 배터리를 만들 경우 불이 잘 붙지 않아 화재 위험성이 큰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는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부피가 커 아직 전기차가 아닌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필요로 하는 발전소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서 주로 활용된다. 또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 대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어 2차전지 폐기물로 인한 환경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간쑤성 환타이(寰泰)사는 중국의 대표 바나듐 배터리 제조업체다. 간쑤성이 중국에서 바나듐이 많이 매장된 지역인 점을 이용해 채굴부터 정제, 배터리 제조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100MW 규모의 풍력 발전소가 완공되면 배터리 개발 연구에 더 많은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2030년 中 재생에너지 용량, 전 세계 60%”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이자 ‘지국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쌍탄소(雙炭)’ 계획 발표 이후로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빠르게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 ‘쌍탄소’ 계획을 밝혔다.
이후 중국은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고 있다. 8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중국의 에너지 전환’ 백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전체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6.4%다. 10년 전인 2013년에 비해 10.9%포인트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석탄 발전 비율은 12.1%포인트 줄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여전히 9%에 머물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9일 발표한 ‘재생에너지 2024 보고서’에서 “중국이 2030년까지 목표로 했던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 용량 1200GW(기가와트)를 6년 앞당겨 달성했다”고 밝혔다. 또 2030년이면 중국이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장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런 성과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 덕분”이라며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 투자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중국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과도하게 투자해 과잉 생산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태양광 모듈의 경우 중국의 전체 생산 능력이 1405GW지만, 세계 태양광 패널 설치량은 약 770GW에 불과하다. 과잉 생산은 세계 태양광 패널의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어 중국 주요 태양광업체들마저 출혈 가격 경쟁을 막자는 합의에 나서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를 ‘3대 신(新)성장 동력’으로 삼으며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에 재생에너지 기술을 보급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또 거대한 땅덩어리의 중국이 최근 내륙의 고온 현상, 사막과 남부 지역의 폭우와 홍수 등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도 재생에너지 확장에 집중하는 이유다. 장몐룽(張勉榮) 중국남방전력망 에너지개발연구원장은 19일 한 포럼에서 “고품질의 재생에너지 개발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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