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늪 갇힌 자립청년…64%가 피해 호소
[KBS 광주] [앵커]
보호시설에 머물다가 만 18세가 되면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나 방임으로 시설에 맡겨져 마음의 상처가 깊은데요.
학대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홀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정대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 시설에서 나와 자립 중인 스무 살 윤 모 씨.
친족 성폭력 피해자인 윤 씨는 지금도 그때의 악몽에 시달립니다.
[윤○○/자립준비청년 : "조울증과 불안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약을 먹지 않으면 잠에 들지 못하는..."]
부모의 방임으로 시설에서 지냈던 문 모 씨는 공황장애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딸을 양육할 여건이 되지 않아 지난해 시설에 맡겼습니다.
[문○○/자립준비청년 : "아이한테 손길이 필요한 나이인데 빨리 데리고 오고 싶은데 자꾸 저의 정신적인 문제로..."]
자립 전 시설의 보호를 받는 아동은 전국적으로 9천여 명에 달하고 절반 가까운 42%가 폭행과 폭언, 성폭력 등 학대로 시설에 맡겨졌습니다.
그리고 시설에 들어온 뒤에는 학대 후유증에 시달립니다.
실제 지난해 한국아동복지협회가 전국 시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아동 8천여 명 가운데 64%가 치료 기관을 이용하거나, 경계선 지능, ADHD 등을 지닌 걸로 나타났습니다.
[김광혁/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영유아나 아동기 때 제대로 치료가 안 된 상태에서 퇴소하거나 자립 단계로 들어갔을 때 자립이 쉽지 않겠다."]
정부는 자립 수당이나 정착 지원금 등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 "마음이 힘들고 지금 불안하고 두렵고 이런 것은 육안으로 잘 확인이 안 될 수 있거든요. 이런 점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은 2천여 명.
홀로서기에 나서기 전, 제때 상처 받은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영상편집:이종환
김정대 기자 (kongmye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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