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사망' 강릉 급발진 소송, 전자제어장치 전문가 첫 증언 나선다

2022년 12월 이도현 군(당시 12세)이 숨진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차량 엔지니어 출신'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섰다.

22일 뉴스1에 따르면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이날 사고 차량 운전자 A씨(68·여)와 손자 이군 유족이 차량 제조사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낸 7억6000만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7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A씨와 유족 측은 전자제어장치(ECU) 결함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을 확인하겠다며 재판 시작 이후 첫 '전문가 증인'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이들이 증인으로 신청한 전문가는 '차량 엔지니어 출신 현직 변호사' 박정철 변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측 소송대리인은 "박 변호사는 일반적인 차량 전문가가 아닌 ECU 개발과 소프트웨어에 정통한 전문가"라며 "실제 사고 차량인 티볼리에 장착된 ECU를 제조한 독일 콘티넨탈사 한국 현지 법인에서 5년 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제조사 측은 "(신청한 전문가는) 이 사건 자체를 직접 경험하신 분이 아니고, 자동차의 기본 메커니즘을 설명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측이 조금 더 상세한 진술서를 내는 것으로 대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자 유족 측은 "박 변호사는 이 사건 차량에 장착된 ECU 제조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 그 사양을 비롯해 ECU와 그 외 장치들과의 연관관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전문가"라고 반박했다.

양측 입장을 들은 재판부가 증인 신청을 채택했고, 제조사 측도 "전문가 증인 신청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제조사 측도 전문가 증인을 신청해 재판부가 채택하면 다음 기일은 양측이 섭외한 '전문가 증인' 간 첨예한 '차량 메커니즘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양측은 제조사 측이 제출한 브레이크 회로도 '번역본' 제출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재판 이후 이군 아버지 이상훈 씨는 사고 이후 촉발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이른바 '도현이법'을 제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씨는 "12살 아들 도현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이 싸움을 진행해 왔다. 많은 국민들은 저희와 같은 아픔과 고통을 더 이상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조물 책임법 개정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고 이에 대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심하다. 물론 페달 오조작에 의한 사고가 많긴 하겠지만, 분명 그중 '급발진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