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金여사 라인 8명 실명 대며 “정리해야”…尹 “구체적 근거 달라”
“누가 어떤 시기에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구체적 근거를 달라.”(윤석열 대통령)
22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1일 회동에서 이런 말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한 3대 요구사항 중 김 여사 관련 인적 쇄신을 핵심으로 꼽고 있다. 김 여사 리스크가 블랙홀처럼 국정 동력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비선 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한 대표가 야당의 시각으로 무리한 공세를 한다고 본다. 이 같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간극이 쉽사리 메꿔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 韓 “호가호위 인사 정리” 尹 “인적 쇄신은 내 일”
한 대표는 전날(21일) 회동에서 이른바 김 여사 라인으로 지목되는 대통령실 참모진 8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윤 대통령에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들에 대해 “호가호위”라고 표현하며 김 여사를 통해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영향력을 끼쳐 왔다고 본 것이다. 한 대표가 지목한 인사는 당초 김건희 라인으로 알려진 현직 대통령실 소속 이기정 의전비서관과 C 비서관, K 비서관, 강기훈 선임행정관, H 행정관, K 행정관 및 강훈 전대통령정책홍보비서관등 7명에 J 선임행정관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특히 일부 인사들에 대해선 “잘라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한 명이 강기훈 선임행정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선임행정관은 6월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을 했다가 적발됐지만 40여 일간 대통령실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 기간 출근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후 강 선임행정관은 인사처로부터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받았고 최근 법원에서 벌금 8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강 선임행정관은 징계 중”이라며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당장 내보낼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통령실 조직이라는 게 행정부 공무원들만 있는 게 아니고 의원들 추천으로 정치권에서 많이 유입이 된 사례가 많고 그중 한 명”이라며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부정적 인식를 드러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라인 정리 요구에 대해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문제를 전달하면 그 내용을 보고 조치를 판단하겠다”면서도 “여사랑 소통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한 대표도 날 잘 알지 않느냐.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내가) 정리했던 사람이다.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대통령실이 공개한 면담 사진에 이기정 비서관이 등장한 것은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한동훈, 공기업 인사 문제도 거론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친한동훈) 핵심 의원은 “대통령실과 관저 주변에서 김 여사의 손발 역할을 하는 인사들을 그대로 두면 김 여사의 정치 개입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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