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홈런은 엎질러진 물…돌아온 네일은 힘이 넘쳤다
KIA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 제임스 네일(31·KIA)은 지난 21일 경기 시작 4시간 전 야구장에 출근했다. 보통 선발 투수는 천천히 야구장에 나가 자신의 루틴대로 경기를 준비한다. 네일의 너무 빠른 출근에 선수들은 ‘긴장되는 건가’ 우려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한창 훈련할 때 네일은 더그아웃으로 나왔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나타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참 동안 뭔가를 생각하기도 했다.
부상 이후 첫 경기가 무려 한국시리즈 1차전이었다. 꼭 가을야구에서 복귀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네일은 경기 전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 속으로 혼자 준비를 했고, 빗속에서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네일은 이날 1차전에서 5이닝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 150㎞를 찍은 투심패스트볼과 함께 절묘하게 구석을 찌르는 스위퍼를 앞세워 장타군단 삼성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삼성 타자들도 22일 “힘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전부 구석으로 제구해 칠 수가 없더라”며 네일의 공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네일은 지난 8월24일 NC전에서 타구에 맞아 턱 관절 골절상을 입고 수술받았다. 가을야구 등판 자체가 불투명했으나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재활을 거쳐 투구 준비를 마치고 돌아왔다. 오랫동안 던지지 않고 휴식을 한 터라 힘이 있었고, 제구까지 완벽하게 되면서 위력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다.
6회초 스위퍼가 가운데로 들어가면서 딱 하나 실투가 솔로홈런으로 이어졌지만, 경기 전 내린 비로 1시간 6분이나 기다렸다 투구를 시작한 가운데서도 네일은 역투를 펼쳤다. KIA가 부상에서 이제 돌아온 네일을 의심 없이 1차전 선발로 택한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이범호 감독은 22일 “라이브피칭을 할 때부터 확실히 힘이 있었다. 어제도 투구 수 60개를 넘기고서도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6회까지 1이닝을 더 던지게 하려고 했다. 위기가 생기면 바꾸려 했는데 홈런이야 상대 선수(김헌곤)가 잘 친거고 구위나 컨디션이나 모든 면에서 제 컨디션을 찾아준 것 같다”고 호평했다.
네일은 0-1로 뒤진 6회초 무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어 등판한 장현식이 볼넷으로 무사 1·2루를 만든 채로 경기가 서스펜디드 게임이 됐고 23일 오후 4시 그 상태 그대로 경기를 이어서 1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네일은 “정규시즌에서도 경기 후반에 뒤집어 이기는 경우가 특히 삼성과 경기했을 때 굉장히 많이 나왔다. 우리 타선을 믿기 때문에 당연히 역전할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76개를 던진 네일은 가을야구에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훌륭하게 지켜냈다. 시작부터 변수가 많아진 한국시리즈에서 또 한 번 선발 등판을 할 예정이다.
네일은 “시리즈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최대한 팀이 원하대로 따를 거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깨도 몸도 모두 괜찮았다. 1~2일 지나면 다시 선발이든, 중간이든 팀이 원하는대로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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