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과 ‘맹탕 차담’ 후 친윤 추경호와 만찬 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21일 면담 후 여권 내분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전날 ‘81분 회동’ 내용은 양쪽 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더니, 22일엔 서로 유리한 말만 공개하고 책임은 떠넘기는 입씨름을 이어갔다. 두 사람이 할 말만 하고 돌아선 ‘맹탕 회담’이었고,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해결 의지도, 위기 의식도 없다는 점만 뚜렷해졌다.
한 대표 측은 이날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제시한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등 ‘3대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대통령실이 뒤늦게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일부 소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에 대해 “누가 어떤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조치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에 한 대표 쪽은 이른바 ‘한남동 라인’ 8명의 실명과 문제점을 거론했다고 맞섰고, ‘한남동 라인’ 핵심으로 지목한 이기정 의전비서관을 면담장에 등장시킨 것부터 불쾌감을 표시했다. 대통령실이 인적 청산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활동에 대해선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했고, 의혹 규명 협조에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 문제가 있으면 조치하면 된다”고 했다. 지금 불신받는 검찰을 용산은 모르고 있는 건가. 김 여사에 대한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여론이 더 악화하면 (김건희) 특검법을 막기 힘들어진다”는 한 대표의 말에 “당 의원들이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을 찬성할 테면 해보라는 협박 아닌가. 국민들의 분노한 목소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윤 대통령이 여당 대표의 쓴소리에도 귀를 막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차담 직후 추경호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만찬을 했다. 여당 대표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자, 친윤·친한을 갈라치는 것이다. 도대체 한 대표를 왜 만나자고 한 건지 묻게 된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에게 등 돌리고 친윤 원내대표와 정국 대책을 숙의하는 것부터 비정상이고 볼썽사납다.
한 대표는 이날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태도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 김 여사 문제를 규명하려면 특검밖에 없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지금 특검이 민심이다. 특별감찰관 임명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막아볼 요량이라면 국민 눈 밖에 날 것이다. 야당의 특검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 대안을 내고 협상해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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