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최저가 바나나, 다른 쪽에선 수백만원 패딩”…불황 속 극단적 소비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4. 10. 2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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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다. 코로나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라는 소리가 들리잖아요. 그런데 주변을 보면 다들 여유가 넘치는지 해외여행에 외제차에 명품 소비까지, 저만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아요".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 피로감과 늘어난 가계부채로 소비여력이 제한되는 가운데 소비가 극단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22일 유통가 등에 따르면 불황형 마케팅의 하나인 '최저가' 행사에 소비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고물가 속 소비 행태를 반영한 알뜰 상품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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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초저가 행사 오픈런 방불케 해
한편선 월급 뺨치는 명품 패딩 수요↑
소득 양극화 속 소비 양극화 심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사진 제공 = 연합뉴스]
“‘불황이다. 코로나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라는 소리가 들리잖아요. 그런데 주변을 보면 다들 여유가 넘치는지 해외여행에 외제차에 명품 소비까지, 저만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아요”.(40대 직장인 김모 씨)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 피로감과 늘어난 가계부채로 소비여력이 제한되는 가운데 소비가 극단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소득 양극화처럼 한쪽에서는 해외여행에 줄서고 맛집으로 소문난 빵 하나를 먹기 위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서울서 KTX를 타고 대전까지 향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최저가 바나나 한송이를 사기 위해 오픈런에 나서는 모습이다.

22일 유통가 등에 따르면 불황형 마케팅의 하나인 ‘최저가’ 행사에 소비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마트 업계 1위 아마트가 지난 18일부터 단 사흘 동안 진행한 ‘과일데이’도 최저가 행사의 하나다. 과일데이에서 이마트는 사과, 샤인머스캣, 감귤 대상으로 매일 한 가지 과일을 특별 할인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 기간 이마트 매출을 파악한 결과, 전년 대비 평균 매출이 22%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의 경우 준비한 물량 120톤이 동났고, 매출 신장율은 전년 대비 82%를 나타냈다. 샤인머스캣 역시 준비한 물량 120톤이 완판됐다. 감귤도 180톤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됐을 정도로 특별 할인 기간에 소비자들이 크게 반응했다. 감귤은 매출 신장율이 180%나 기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과일은 소득 상황이 녹록지 않으면 구매를 주저하게 되는 기호식품”이라며 “이런 특가 행사에 고객들 반응이 좋아 향후에도 매입 노하우를 통해 파격가 행사를 추가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이달 내내 선보이는 한송이 1980원짜리 바나나도 진열대에 오르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고물가 속 소비 행태를 반영한 알뜰 상품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소비자의 제품 구매 행동 패턴’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는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하기 전에 관련 제품 정보를 수집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추가 조사에선 정보 수집 이유로 ‘가격 비교‘ 응답이 30.3%로 가장 많았다. 누적된 고물가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을 찾는 소비가 뚜렷해지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최저가를 찾는 알뜰소비와는 거리가 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행 부문 소비만 봐도 올해 3분기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 실적은 1815만6842명으로 2001년 개항 이후 역대 최다 분기 실적를 써냈다. 마트와 달리 백화점에선 수십만원짜리 와인이 팔려나가고 있고, 올 겨울 유독 춥다는 기상 예보 속 200~300만원대 이상 캐나다구스, 노비스 등 프리미엄 아우터 브랜드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패딩 하나에 웬만한 직장인 월급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직장인 52%의 세전 월급은 300만원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 교수는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 가계부채 등으로 가계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같은 경제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이미 불황이라고 말해도 과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불황에는 소비가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며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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