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할 거라 믿어!" 3일째 패전 위기인 비운의 투수가 있다…KIA 반전 드라마 가능할까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나는 우리 타선을 굉장히 신뢰한다. 당연히 역전할 것이라 믿는다."
KIA 타이거즈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이 비로 하루 더 밀린 가운데 동료들이 경기를 반드시 뒤집어주길 기대했다. 1차전은 현재 KIA가 0-1로 끌려가던 6회초 무사 1, 2루 위기 김영웅 타석에 멈춰 있다. 21일은 비로 경기가 중단됐고, 22일은 그라운드 정비가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과 2차전 모두 취소를 결정했다.
1차전 선발투수였던 네일은 6회초 위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5이닝 76구 4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네일의 책임주자인 르윈 디아즈가 누상에 남아 있는 상황이라 실점은 2로 늘어날 수 있다.
KIA가 1점차로 끌려가고 있어 네일은 여전히 패전을 떠안을 위기에 놓여 있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나 밀리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네일은 3일째 패전 위기에 놓여 있는 투수가 됐다.
네일은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가운데 타선의 힘을 믿었다. 23일 1차전이 재개됐을 때는 이틀 전보다 더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면서 경기를 뒤집길 바라고 있다. KIA 타선이 삼성 에이스 원태인에게 5이닝 무실점으로 고전했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원태인이 투구를 더 이어 갈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삼성 불펜을 공략하면 충분히 1점차는 극복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네일 역시 "사실 정규시즌에도 이런 상황을 굉장히 많이 마주했다. 경기 후반에 뒤집어서 이기는 경우가 특히 삼성이랑 했을 때 굉장히 많이 나왔다. 나는 우리 타선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역전할 것이라고 믿고, 6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는 불펜들이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와 주면 충분히 타자들이 역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네일은 지난 8월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했다가 타구에 안면을 맞고 턱관절을 다쳐 큰 수술을 했다. 회복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려 정규시즌에는 돌아오지 못했지만, 한국시리즈에는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지켰다. 약 2개월 만에 실전 무대가 한국시리즈였는데도 네일은 에이스다운 투구를 이어 갔다.
스위퍼가 매우 효과적이었다. 네일은 투심패스트볼(38개)과 스위퍼(31개), 체인지업(6개), 직구(1개)를 섞어 던졌는데,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제구는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이 거의 반반일 정도로 좋지 않았는데, 스위퍼에 삼성 타자들이 거의 대응하지 못하고 당황했다. 31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25개에 이를 정도로 대단했다.
네일은 "우선 한국시리즈에 뛸 수 있어서 굉장히 기대되기도 했고, 굉장히 즐거운 경기였다. 특히 부상에서 7주 만에 돌아와서 마운드에 오르는 경기였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가 있었다. 사실 요새 어깨를 푹 쉬었다. 정규시즌에 거의 150이닝 가까이 던져서 어깨가 살짝 피로할 수 있는 상태에서 어쨌든 이제 턱 부상 때문에 어깨도 같이 쉴 수 있었다. 때문에 어제 구위와 무브먼트가 좋은 스위퍼를 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6회초 선두타자 김헌곤에게 허용한 홈런 하나는 아쉬울 법했다. 김헌곤이 오른쪽 담장 너머로 벼락같은 홈런을 터트려 0-1 선취점을 뺏겼다.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네일의 스위퍼를 받아쳤다. 배트에 살짝 먹히듯이 맞았는데 거의 우익선상으로 쭉 뻗어가 담장을 넘어갔다.
네일은 "6회까지 굉장히 접전이었고, 상대 선발투수인 원태인과 굉장히 좋은 투구로 0-0 경기를 이어 가고 있었다. 6회에 마운드에 오른 순간까지만 해도 어깨나 몸 상태는 굉장히 좋았다. 김헌곤한테 맞은 스위퍼 자체도 그날 던진 것 가운데 최고라고 할 수는 없으나 꽤 괜찮은 스위퍼를 던졌는데도 맞은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잘 던졌다고 생각한다. 60구를 넘겼을 때도 구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6회까지 1이닝만 더 던지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위기가 생기면 바꾸려 했는데, 솔로 홈런을 하나 맞은 것은 타자가 잘 친 것이기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 컨디션을 회복한 것 같아서 앞으로 더 좋은 피칭이 예상된다"고 네일을 칭찬했다.
네일은 턱관절 부상 여파로 보호 차원에서 마우스피스를 끼고 투구하기 시작했다. 팀 동료인 양현종도 마우스피스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처음 마우스피스를 끼고 실전 투구를 했는데,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네일은 "투구를 마치고 내려올 때 양현종 선수처럼 멋있게 보이려고 이에 물고 내려왔는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능 벗을 것 같다. 마우스피스를 낀다고 완전히 더 안전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안정성을 보장해 주고 있고 더 투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양현종은 내려올 때 손을 대지 않고 혀로 마우스피스를 밀어서 딱 멋있게 무는데, 나는 손으로 뺀다. 아직 안 멋있는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네일이 이대로 패전 투수로 머물지, 아니면 타선의 도움으로 벗어날 수 있을지는 하루를 더 쉬고 23일에 결정된다. 네일은 앞으로 다시 마운드에 섰을 때 각오와 관련해 "사실 시리즈 승패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쨌든 팀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 따르려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75구를 던지는 것과 정규시즌 6월에 75구를 던지는 것은 다르다. 한국시리즈에서 던지는 게 훨씬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부담도 더 있다. 그렇게 던지고 오늘 일어났을 때 몸 상태와 어깨 상태 모두 괜찮았다. 하루 이틀만 더 있으면 팀이 원하는 대로 선발이든 불펜이든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팀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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