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의 맛’ 물으면 이젠 당당히 ‘가을표고’ 말해요

송인걸 기자 2024. 10. 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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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을 재료로 프리타타(이탈리아식 오믈렛), 뇨끼(이탈리아식 수제비), 젤라또(아이스크림)를 만드셨다고 해요. 고급스럽고 맛과 향이 너무 좋아요."

지난 18일 낮 '숲테이블' 모임 8인방이 연 미식토크콘서트 '가을표고의 향연'이 충남 부여읍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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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한식 명인 등 부여 주민 8명, 부여 표고로 새 레시피 개발
‘부여 맛’을 찾는 이영숙 한식 명인(한복 입은 이) 등 숲테이블 회원들. 이들은 지난 18일 부여의 표고버섯을 재료로 미식토크콘서트 ‘가을표고의 향연’을 열었다. 숲테이블 제공

“표고버섯을 재료로 프리타타(이탈리아식 오믈렛), 뇨끼(이탈리아식 수제비), 젤라또(아이스크림)를 만드셨다고 해요. 고급스럽고 맛과 향이 너무 좋아요.”

지난 18일 낮 ‘숲테이블’ 모임 8인방이 연 미식토크콘서트 ‘가을표고의 향연’이 충남 부여읍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이영숙 한식 명인과 김한솔 셰프(부여제철소 대표)가 메뉴별로 개발 과정과 뒷얘기, 조리법을 소개하면 참석자 20여명은 맛을 즐겼다.

숲테이블은 이날 샐러드, 전채요리, 주요리, 식사, 후식으로 나눠 부여 특산물인 표고와 지역 농산물로 조리한 16가지 음식을 선보였다. 샐러드는 투명한 노란색 표고 묵에 푸릇푸릇한 야채와 빨간 방울토마토가 조화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냄새를 맡아본 뒤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으음~하~” 5초쯤 뒤에 첫 반응이 나왔다. 감탄사였다. 다른 이들도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남 부여의 한 식당에서 지난 18일 열린 ‘가을표고의 향연’ 행사장에서 김한솔(서있는 이 중 왼쪽) 회원과 이영숙 명인(오른쪽)이 새 메뉴 개발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부여군공익활동지원센터 제공

입맛을 돋우는 전채요리로 프리타타, 크림 뇨끼, 강정·부각이 나오자 참석자들의 감탄사가 더 커졌다. 한 참석자가 함께 온 친구에게 “이거 버섯 맞아? 고기맛 나고 달걀하고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자 친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주요리로 김에 고기를 싸서 먹는 충청도식 돼지수육과 ‘소소버섯전골’에 이어 표고밥, 시래깃국, 단호박김치, 멜론장아찌, 배추김치가 상에 올랐다.

이날 향연의 하이라이트는 표고 콩포트(일종의 고명)를 올린 젤라또, 표고로 만든 비스코티(이탈리아 쿠키), 설기(떡) 디저트였다. 표고버섯을 어떻게 가공해야 달곰하고 구수하고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질문이 잇따랐다.

“표고 콩포트는 수분이 많으면 흘러내리죠. 설기용 표고 졸임은 적당히 쫀득거려야 맛을 냅니다. 젤라또용과 설기용을 다르게 가공했어요.” 이영숙 명인이 답했다.

이영숙 명인이 표고설기 시루를 공개하고 있다. 부여군공익활동지원센터 제공

참석자 가운데 강우호씨는 “자연의 맛이었다. 표고강정은 고기가 없는데 고기 맛이 났고 식감도 좋았다”고 평가했고, 배문주씨는 “표고가 한식과 분식·양식에 잘 어울리는 줄 몰랐다. 특히 콩포트는 잊지 못할 맛”이라고 극찬했다.

이날 향연은 ‘부여 것으로 부여 맛을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해 모인 숲테이블의 첫 도전이었다. 이들은 ‘부여에서 계속 생존할 수 있는지’ 하는 고민과 ‘부여에 뭐 있어?’라고 묻는 친구들 앞에 당당하게 서고 싶어서 ‘부여 맛’ 개발에 나섰다고 했다.

숲테이블 회원들이 18일 가을표고의 향연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숲테이블 제공

숲테이블 회원은 조진희 나경버섯 대표, 김유진 바느질공방 대표를 제외하고는 귀향·귀촌해 사업을 한다. 김한솔씨는 지역의 제철재료를 사용하는 양식당, 민진숙·기숙 자매는 구움 과자점을 열고 있다. 김홍례씨는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 농산물로 만드는 엄마 손맛 반찬가게, 손이정씨는 산림복지전문기업 감성숲길을 이끈다. 이영숙 명인은 조진희 대표의 어머니로,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부엌으로 들어가 표고의 향이 다른 식재료와 어울리는 조리법을 완성해 숲테이블의 뒷배 구실을 했다.

회원들은 고민을 공유하다 상품성이 없는 못난이 표고를 재료로 ‘부여 맛’을 만들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활동하는데 드는 예산은 부여군공익활동지원센터의 지역문제 해결반 공모에 당선돼 마련했다. 셰프 급 회원들이 표고와 씨름하는 사이 유진씨와 이정씨는 향연 기획을 맡아 사진을 찍고 의상과 메뉴판을 만들었다. 표고의 향연은 ‘못난이 버섯이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잔치의 주인공’이라는 뜻이다. 조진희 숲테이블 대표는 “첫선을 보인 음식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 기쁘다. 오늘 선보인 음식은 표준 레시피를 만든 뒤 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내년 가을에는 부여 ‘밤’을 재료로 새로운 부여 맛을 개발해 두 번째 향연을 열 작정”이라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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