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내 ‘나름의 방식’을 찾자!

김민경 당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2024. 10. 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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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당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상담실에서 만나는 젊은 청년 중에 ‘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분이 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삶의 궤적을 가만히 듣다 보면 절대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부모가 하라는 대로 착실히 살아온 사람이 더 많다. 열심히 학원에 다니고 정말 힘들게 공부했다고 한다. 대학 진학 시에도 취직이 잘 되는 과를 골라주셔서 진학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도전하는 코스이다.

그런데 세상일이 어디 뜻대로 되는가. 곳곳에서 좌절이 찾아온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인생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취직이 잘 된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진학한 대학 학과 공부가 너무 맞지 않아 방황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높은 취업의 문턱에서 크게 낙담하기도 한다. 또 취업까지 일사천리로 성공했지만 어느 순간 ‘이일이 나에게 맞나? 나는 행복한가?’하는 물음이 불쑥 찾아온다.

누군가 알려주는 안전한 길만 달리는 수동적인 삶은 초반에는 지름길로만 달려 속도가 나는 듯하지만, 머릿속의 다양한 지도가 새겨지지 않아서 작은 장애물에도 쉽게 멈추기 마련이다. 길을 전혀 모르고 내비게이션에만 의지하다 보면 앱에 오류가 생길 때 막다른 길에서 멈추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시각 발달에 대한 유명한 연구가 있다. 연구자 헬드(Held)와 하인(Hein) 은 갓 태어난 두 마리 고양이를 둥글게 원이 쳐진 벨트 안에 서로 같이 묶여 있게 했다. 그 중 한 마리는 자유롭게 움직이게 했지만, 다른 한 마리는 바구니에 태워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두 마리 모두 비슷한 시야를 가졌지만, 자유롭게 이동한 고양이만이 정상적으로 시각이 발달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이라는 결정적인 시기에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들어오는 자극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연구이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도 여러 가지 자극을 ‘나름의 방식’으로 충분히 느끼는 기회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름의 방식’이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그 흥미나 속도가 분명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살다 보면 성공 실패 경험에 따라 그 기준이 생겨나는데 내 자녀만큼은 내 후배만큼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당연히 생긴다. 그래서 열심히 바구니에 태워 가장 좋은 풍경을 제일 빠른 속도로 보여주고자 한다. 그런데 ‘내 경험으로는 이 길이 좋아 보여 이렇게 달려봐’ 정도에서 멈추고 나름의 방식으로 길을 찾아가도록 해주면 딱 좋다.

그런데 마음이 급해진 부모는 바구니에 태워서 빠른 속도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수동적으로 많은 풍경을 받아들이지만 그 정보들은 도통 뇌에 자극이 되지 않는다. ‘하고 싶다!’와 ‘해야 한다!’의 간극은 너무나도 커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하고 싶은’ 동력이 꺾이는 것 같다.

내담자들에게 조심스럽게 “뭘 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게 뭔가요?”라고 물어보면 고개를 숙이며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떠올리다 보면 분명 더 잘 해내야 하고, 남들보다 잘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 도돌이표처럼 돌아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 시절이라는 결정적 시기의 다양한 자극과 시도할 수 있는 경험을 놓쳤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최근의 뇌 과학에 의하면 성인의 뇌도 변화될 수 있고, 꾸준한 좋은 자극을 경험하면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의 패턴이 변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뭐든 완벽하게 해내야 하고, 항상 더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의 패턴을 알아차리는 것이 우선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느끼려면 바구니를 타고 있던 고양이가 내려서 스스로 달려야 하듯이 뭐든지 경험하고 스스로 결정해보자.

그리고 자신을 격려하는 자기 위로를 시작해보자. ‘나는 할 수 있어. 잘 해내고 있잖아’식의 1인칭 위로보다는 ‘ ○○야, 너는 잘해왔잖아. 이 정도면 충분해. 절대 두려워하지 마’ 이런 식으로 2인칭 시점으로 위로를 건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간신문을 펼친 당신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야, 잘 잤어? 신문도 읽고 하루를 정말 잘 시작하고 있구나!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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