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손 회동’ 후폭풍…여권 위기 증폭시키는 윤 대통령

2024. 10. 2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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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 측근 그룹인 '한남동 라인'을 정리하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누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그 내용을 보고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어제 전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한남동 라인' 8명의 실명과 문제점을 적시하는 한편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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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쇄신 등 한동훈 3대 요구 거부
민심 동떨어진 현실 인식 국민 실망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 측근 그룹인 ‘한남동 라인’을 정리하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누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그 내용을 보고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어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김 여사 의혹에 대해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봐야 한다”고 방어막을 쳤다. 한 대표의 3대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윤 대통령은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항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심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을 이해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대화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한 회동은 예상대로 ‘빈손’에 그쳤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한남동 라인’ 8명의 실명과 문제점을 적시하는 한편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을 건의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집사람이 많이 지쳐있고 힘들어한다. 의욕도 많이 잃었다”고 감쌌다. 이게 대통령이 할 말인가. 김 여사 의혹은 누가 조작한 것이 아니다. 자업자득이다. 영부인이 명품가방 받는 동영상을 국민이 다 봤다. 김 여사 계좌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이용됐다. 검찰이 집계한 시세차익이 23억 원이다. 검찰은 김 여사 불기소 논리를 만드느라 ‘피의자 변호인’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선 “김 여사가 김영선 의원 공천을 줬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집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게 순서다.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한 것 또한 납득하기 힘들다. 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것과 특별감찰관 임명이 무슨 관계인가.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공무원을 감찰하는 독립기구다. 김 여사 의혹이 불거진 만큼 임명을 서둘러야 하는데 사소한 절차와 감정대립 때문에 2년 이상 미루는 게 정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권 1·2인자의 만남은 국정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리얼미터가 지난 14∼18일 유권자 251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가 역대 최저인 24.1%를 기록했다. 여소야대에 이어 민심까지 등을 돌렸으니 국정 동력이 살아날 리 없다. 이런 위기에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민심을 다독일 해법을 내놓기는커녕 자기 주장만 펴다 돌아섰다. 불쾌감에 브리핑도 생략했다. 친한동훈계 의원들은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 “성과가 없다”고 혹평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요구를 무시하면서 ‘김건희 특별검사법’ 거부 명분이 약해졌다. “여당 의원이 홧김에 찬성 투표”(김종혁 최고위원) 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앞으로 어떤 후폭풍이 닥쳐도 모두 윤 대통령 책임이다. “대통령이 갈라파고스섬에 사는 것 같다”는 시중의 농담이 결코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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