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 두산, 여전히 소액주주 보호 부족하다

2024. 10. 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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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연합뉴스]

두산 그룹이 22일 주요 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을 선언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밥캣의 대주주는 애너빌리티에서 로보틱스로 바뀌게 된다. 앞서 두산 그룹은 지난 7월에도 이같은 구조 개편을 추진했으나 합병비율이 대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산정됐다는 논란이 일면서 벽에 부딪혔다. 금융감독원도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두산 측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거듭 반려했다.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밥캣을 떼어내 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안건을 의결했다. 또 밥캣 주주들의 반발이 컸던 '로보틱스의 밥캣 흡수합병'안은 "향후 1년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두산이 밝힌 소액주주 보호 방안의 핵심은 에너빌리티의 인적분할로 신설된 법인(밥캣을 자회사로 소유)과 로보틱스와의 합병 비율이다. 로보틱스와 신설 에너빌리티의 합병비율을 기존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바꿨다. 기존 안은 에너빌리티 주식을 100주 가진 주주라면 분할 후 에너빌리티 75.3주, 로보틱스 3.15주를 받을 수 있었는데 수정안은 에너빌리티 주식 88.5주, 로보틱스 4.33주를 받게 된다. 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게 합병비율을 재산정한 것이다. 두산 측은 "신설법인 가치를 산정할 때 밥캣의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얹었다"며 "100주의 가치가 지난 7월 안보다 약 39만원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오는 12월 12일 3사 주총을 열고 개편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방안도 여전히 소액주주 보호에 부족하다는 평가다. 건설중장비업체인 밥캣은 두산 그룹의 캐시카우다. 지난해 9조7589억원의 매출액에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조3899억원에 달했다.올해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반면 로봇업체인 로보틱스는 지난해 530억원의 매출액에 191억원의 영업적자(연결기준)를 기록한 부실기업이다. 2023년 10월 상장 당시에도 공모가격 산출을 위해 로보틱스와 상장 대표 주관사들이 내놓았던 매출 및 이익 전망치가 크게 부풀려져 논란이 됐었다. 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7조6000억원의 매출액에 1조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애너빌리티 소액 주주 입장에선 알짜 밥캣을 로보틱스에 뺏기면서 부실기업의 주식을 대신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애너빌리티 부채비율은 뛰고, 밥캣으로부터 배당도 받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밥캣 주주들도 모기업이 애너빌리티에서 로보틱스로 변경되는데다, 합병비율이 관건이긴 하지만 로보틱스와 합병되면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 그룹은 에너빌리티 인적분할 과정에서 밥캣 분할비율 기준을 순자산(자본)에서 시가(주가)로 바꾸고, 로보틱스 합병과정에선 밥캣의 지분가치를 시가에 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추가로 반영했다. 이는 지난 7월 금감원이 현금흐름할인법(DCF), 배당할인법(DDM) 등 미래 수익 효과에 기반한 모형을 적용해 수익가치를 측정, 기존 기준시가를 적용한 방식과 비교하도록 한 것과 다른 것이다.

두산 측 주장대로 이번 개편 계획이 애너빌리티엔 원전 사업을 추진할 자금 확보에 도움이 되고, 로보틱스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지주회사인 (주)두산은 최고 수혜 기업이다. 밥캣 보유지분이 높아지고, 로보틱스가 밥캣을 합병하면 밥캣을 자회사로 둘 수 있으며, 배당 이득도 기대된다. 하지만 에너빌리티와 밥캣 개미 투자자들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으로 인해 부실 로보틱스 주식을 받게 되는 까닭에 여전히 불이익이 우려된다. 정부가 강력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두산 측은 좀 더 강화된 소액주주 보호방안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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