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로제 `아파트`, 韓 술게임 세계화?

2024. 10.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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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또 하나의 히트 한류 콘텐츠가 탄생할 조짐이다. 바로 로제의 신곡 '아파트'(APT.)다. 현존 세계 최고 걸그룹인 블랙핑크는 최근 팀 활동을 중단하고 멤버별 솔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리사와 제니에 이어 이번엔 로제가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선 공개곡 '아파트'를 발표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18일 공개 후 3일 만에 뮤직비디오 70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국내 음원 차트를 휩쓴 것은 물론 공개 하루 만에 스포티파이 세계 3위에 올랐다.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에도 높은 순위로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의 유행을 짐작할 수 있는 틱톡에서도 '아파트' 관련 영상이 폭발적으로 쏟아진다.

이 곡은 매우 놀랍게도 최고 팝스타 중의 한 명인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브루노 마스는 그래미상을 15회 수상했고, 한국에서도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했을 정도로 이미 레전드 반열에 오른 스타다. 그런 세계 톱스타와 케이팝 뮤지션이 협업하는 날이 온 것이다.

노래는 시작부터 충격적이다.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랜덤 게임, 게임 스타트'라고 시작하는데 목소리가 전형적인 한국 게임톤이다.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팝에서 한국식 어조가 들리니 놀라울 수밖에 없다. '아파트 아파트'라는 가사가 중독적으로 이어지는데 이 또한 100% 한국식 어투다. 미국인들은 'Apartment'를 아파트라고 하지 않는다. 브루노 마스가 태극기를 들고 "건배 건배 girl what's up"이라고 하기도 한다.

케이팝 뮤지션과 브루노 마스가 함께 케이팝 뮤직비디오에 나와 건배를 외치는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게 케이팝의 현 주소다. 그만큼 국제화가 진행됐다는 이야기다.

아파트는 우리 젊은이들이 술자리에서 즐기는 게임이다. 로제가 좋아한다고 한다. '아파트 아파트'라고 반복하는 부분이 너무나 심각하게 중독적이어서 벌써부터 역대 최강의 수능 금지곡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외국인들도 이 부분을 재밌게 받아들이고 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의 놀이 문화를 신기하고 흥미롭게 바라봤었는데 이번엔 노래 '아파트'를 통해 한국 술게임이 세계로 전파될 태세다. 한류 시대엔 과거에 상상도 못했던, 별별 일들이 다 벌어진다.

로제의 솔로곡은 왠지 R&B 같은 느낌의 노래일 것 같았다. 하지만 아주 직선적이고 단순하고 경쾌한 팝록 스타일이어서 놀랍다. '아파트 아파트'라고 하는 부분은 리드미컬하고, 'Don't you want me like I want you, baby Don't you need me like I need you now'라고 하는 부분에선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로 사로잡는다. 그리고 'Hold on, hold on I'm on my way'라고 하는 부분에선 속이 탁 트이도록 시원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이런 팝록 스타일이 그동안 케이팝에 드물었기 때문에 더욱 반갑다. 록스타일은 미국에선 주류 장르중 하나인데 케이팝에선 그런 시도가 너무 없었다. (여자)아이들의 '말리지 마', '알러지' 등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빅히트는 하지 못했다.

'아파트'가 크게 성공한다면 그런 스타일의 노래가 케이팝에 더 많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또 케이팝은 전체적으로 노래들이 무겁거나 복잡한 경향이 있다. 특히 남성 그룹의 경우 더 심해서, 단순 경쾌한 노래가 그리울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도 경쾌하게 나온 '아파트'가 반갑다.

뮤직비디오도 이채롭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등장해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게임하고 춤추는 내용이다. 이게 이채로운 이유는 단순하기 때문이다. 케이팝 뮤직비디오는 전체적으로 점점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그런 웰메이드 뮤직비디오가 케이팝의 세계적 인기를 견인한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복잡한 뮤직비디오가 많아서 '아파트'처럼 힘을 빼고 단순 경쾌하게 만든 영상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아파트' 뮤직비디오는 복잡한 설정 없이도, 음악을 즐기는 단순한 모습만으로도 얼마든지 감상자들을 흥겹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 뮤직비디오를 계기로 단순 발랄한 음악영상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물론 모든 노래와 영상이 다 이런 식이라면 문제겠지만, 기존 케이팝 스타일에 '아파트' 스타일이 추가돼 케이팝이 더 풍부해진다면 긍정적인 일이다. 선 공개곡 '아파트'로 워낙 크게 터뜨려서 12월에 발표될 로제의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로제가 케이팝 여성 솔로 활동의 새 지평을 열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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