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국민 눈높이' 말하기 전에

서찬동 선임기자(bozzang@mk.co.kr) 2024. 10. 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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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인사든 공천이든 '국민 눈높이'를 말하지만, 사실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구실 아닌가.

첨예한 현안에 '국민 눈높이'를 들이댈 때는 뭔가 꿍꿍이가 의심된다.

이제 '국민 눈높이' 뒤에 자신을 숨기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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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80분간의 차담(茶談)을 마친 뒤 윤 대통령은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함께했고, 곧장 귀가한 한 대표는 이튿날 오전 일정을 취소했다. 굳이 '비하인드 스토리'가 없어도 회동 분위기를 짐작할 만하다.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 건의에 "누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의 활동 중단 건의에 대해선 "꼭 필요한 활동이 아니면 대외활동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애초 '국민 눈높이'를 내세워 대통령실의 변화를 설득하는 것이 무리였는지 모른다.

'국민 눈높이'는 국민의 시선에서 사안을 판단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네 편과 내 편이 나뉜 여론에 따른 정치와는 어감이 다르다. 국민과 소통에 방점을 두고 그 뜻을 대의정치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런데 요즘 '국민 눈높이'가 너무 자주 인용된다. 외유성 출장과 같은 일탈은 그냥 잘못이다. 그래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죄송하다"는 표현은 구차하게 들린다. 정치인도 아전인수 격으로 '국민 눈높이'를 떠든다. 자신이 마치 국민 대리인인 듯 시늉을 한다. 인사든 공천이든 '국민 눈높이'를 말하지만, 사실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구실 아닌가. 첨예한 현안에 '국민 눈높이'를 들이댈 때는 뭔가 꿍꿍이가 의심된다. 냉철하게 자신의 주장을 근거를 들어 설득하기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비판만 일삼는다. 이렇다 보니 정치에 토론도 없고 발전도 없다. 시류에 편승한 임기응변만 넘친다.

이제 '국민 눈높이' 뒤에 자신을 숨기지 않았으면 한다. 자기 생각도 그런지, 다르게 생각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따르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먼저 "제 생각은 이렇다"고 분명히 밝히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그래야 동의하든 반대하든 국민도 생각의 깊이를 더하며 '국민 눈높이'가 함께 높아지지 않겠나.

[서찬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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