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규제’가 만든 업비트 독점 구조, 견제할 수 있을까

김경민 기자 2024. 10. 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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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11일 국회 국민의힘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금융 취약계층 보호 및 불법 사금융 근절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있다. 2024.09.11 박민규 선임기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도 관련 조사에 나서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마다 1개 은행하고만 거래하도록 한 당국의 ‘그림자 규제’가 독점적 구조를 공고화했다며, ‘1거래소·1은행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독점 문제가 화두가 됐다. 업비트가 거래량 기준으로 한때 9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면서 업비트 독점구조가 가상자산 시장 왜곡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최근 코스피 상장을 철회한 업비트의 제휴은행 케이뱅크의 경우 업비트 의존도가 높아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위원회를 구성해 점검하겠다고 했고, 한기정 공정위원장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업비트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된다. 다만 업비트가 그동안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진 않은 만큼 업계에서도 섣부른 제재가 자유경쟁에 역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일부터 업계 2위 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하면서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은 57.7%, 빗썸은 40.7%로 격차가 크게 줄었다.

케이뱅크

오히려 시장에선 업비트의 독점구조가 굳어진 것은 ‘그림자 규제’의 영향이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시중은행 중 한 곳하고만 계약을 맺고 영업하는 1거래소·1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당국의 명시적 규제는 없었지만, 한 거래소가 복수의 은행과 계약을 맺을 시 자금세탁 방지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암묵적인 이유로 거론됐다.

빗썸에 뒤처졌던 업비트는 2020년 온라인은행 케이뱅크와 제휴한 뒤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타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1년 만에 시장 지배적 위치를 공고화했다. 온라인은행 특성상 계좌개설이 쉽다는 점과 청년 세대의 가상자산 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 맞물려 업비트와 케이뱅크 모두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커진 시장지배력이 이용자를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만들어내며 독점적 지위는 견고해졌다.

1거래소·1은행 체제는 그러나 고객 확보에 제약으로도 작용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다수의 은행과 제휴를 맺으면 각 은행을 사용하는 다양한 고객을 끌어올 수 있지만, 단일 은행은 ‘허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령 빗썸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면 NH농협은행 계좌를 반드시 개설해야 한다. 업비트 이용자가 타 거래소로 이동할 유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한 은행만 써야되다보니 (업비트 고객의) 케이뱅크로의 유입이 쉬웠고, 인터넷 뱅킹은 한 번 시작하면 잘 옮기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시중은행마다 고객 연령대가 다르고 장단점이 명확해 활용할 여지가 크지만, 한 은행에만 묶여 있어 고객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이 때문에 독점 구조를 견제하기 위해선 리스크를 관리하되, 가상자산거래소와 은행간 제휴 가능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은행과의 거래를 허용하면 그만큼 리스크가 생기고 업계도 기술적으로 지금보다 발전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론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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