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동급식카드 가맹점 보니···이자카야·호프·유흥업소 ‘수두룩’

이혜인 기자 2024. 10. 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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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음식점’ 분류 업체 모두 등록
추후 단속 방식···인력 부족에 한계
상반기만 ‘부적절 사용 58건’ 적발
결식 우려 아동에게 지급되는 아동 급식 카드를 부정사용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경향신문 일러스트

결식 우려 아동에게 지급되는 ‘아동급식카드’를 호프집, 포차, 이자카야 등에서 부정사용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에 ‘토킹바’같은 유흥업소도 포함돼 있었는데, 지자체에서 부적절 사용처 단속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지자체에서 받은 ‘아동급식카드 사용 현황’ 자료를 보면, 경기도는 올해 상반기에 58건의 아동급식카드 부적절 사용처 결제 내역을 적발했다. 이용자들은 호프집·포차·이자카야 등에서 카드를 사용했으며, 이중 일부는 심야 시간대에 결제를 했다. 4개월 동안 경기도 A포차에서 카드를 50회나 쓴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아동의 부모가 부정 사용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부적절 사용처로 적발된 업체들을 카드 가맹점에서 제외처리했다.

아동급식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중위소득 60% 이하 등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하는 카드로, 2005년 도입됐다. 매달 초 한 달 치 급식비가 선불 충전되면 가맹점에서 식비로 쓸 수 있다.

아동급식카드 부정 사용 문제는 수차례 지적돼 왔으나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 카드 도입 초기에는 사전에 등록된 가맹점에서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실제 사용가능한 업체가 너무 적어 문제가 됐다. 2021년부터는 일단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된 업체를 모두 사용처로 등록하고, 추후에 부적절 업체를 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전국 아동급식카드 가맹점은 2018년 3만3009곳에서 2022년 52만4143곳으로 15배 이상 늘어났다.

문제는 사용처가 급증하면서 부적절 업체도 사용처로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의원실에서 서울 마포구 내 아동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업체 일부를 점검해봤더니, 이자카야나 호프 등의 술집과 ‘토킹바’라 불리는 유흥업소가 포함돼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지자체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한 결과를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했으나, 지자체 모니터링 인력 부족 등으로 부정 사용 단속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1~8월 카드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 아동들은 편의점에서 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결제건수(1301만9905건)의 37%(481만7501건)가 편의점 사용이었다. 인천의 경우 전체 건수(73만6799건)의 절반 이상 55.2%(40만6548건)이 편의점에서 카드를 사용했다. 아이들이 간단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반 식당보다 편의점을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

김남희 의원은 “아이들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아동급식카드 사용처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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