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호떡 하나에 1700원… 재룟값에 더 오를판

김수연 2024. 10. 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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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음식' 호떡 값 살펴보니
러·우크라 전쟁에 밀가루·설탕가격 '쑥'
떨어질 생각 없는 도매가에 상인들 울상
서울의 한 호떡 트럭. 사진= 김수연기자newsnews@

"설탕, 밀가루 가격이 떨어졌다고요? 거짓말예요. 이번에 재료 받아오는데 한포에 1000원씩 더 올랐는걸요." 21일 서울 강서구로 호떡 장사를 나온 50대 여성 A씨는 호떡에 들어가는 설탕 등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부 발표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며 이 같이 밝혔다.

쌀쌀한 날씨에 호떡이 다시 거리로 돌아왔지만 가격이 심상치 않다. 호떡 트럭·포장마차들은 이미 호떡값을 작년보다 올려 가을·겨울 영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원재료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격을 더 올릴 수도 있다고 상인들은 얘기하고 있다. 호떡이 '서민 음식'이라는 말도 이제 옛 얘기가 될 판이다.

A씨는 "도매가격이 하나도 안 떨어졌는데 뭘 보고 '안정세'라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이번에 물건 받아오는데 밀가루 한포(20㎏)에 1000원, 설탕 한포(15㎏)에 1000원씩 올랐더라"고 말했다. 이어 "도매상에 물어보니 설탕은 당분간 오를 예정이고, 밀가루는 내리진 않고 정체될 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호떡에 들어가는 해바라기씨 수급도 불안정하다. A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여전하다"라며 "전쟁 이후 호떡에 들어가는 해바라기씨앗도 네덜란드, 우크라이나에서 못들여와 불가리아산 등 그때그때 들어오는 걸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포장마차에선 호떡 한 개를 1500원에 팔고 있다. 작년 이맘 땐 1000원이었다.

서울 양천구에서 호떡 장사를 하는 B씨(60대)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B씨는 지난 달부터 호떡 한 개 값을 50% 올렸다.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한 것이다.

B씨는 "3년 전부터 가격을 올리려고 했는데 못 올리고 있다가 더는 견딜 수 없어 이제야 올렸다"면서 "재료비가 안 오른 게 없기 때문이다. 도매상이 '가격 올랐다'고 하면 물건을 받아 쓰는 소매 입장에선 그 가격에 재료를 받아 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밀가루 가격 내렸다고 여기저기서 발표하는데, 사실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로 밀가루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그 때 이후로 가격이 안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의 또 다른 호떡트럭은 '호떡 한 개 1700원'이라는 가격표를 내걸고 장사를 시작했다. 반죽을 다른 곳에서 매입해서 쓰다보니, 직접 만들어 쓰는 곳보다 가격 인상폭이 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사장의 설명이다.

이 트럭 앞에선 호떡 가격을 확인하고 꺼냈던 지갑을 도로 넣는 시민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8월 평균 국제 밀 가격은 부셸(bu) 당 537.5달러(약 72만1216원)다. 전년 동기 대비 12.3% 내렸다. 설탕 국제 가격은 톤 당 522.6달러(약 69만9814원)로 25% 하락했다.

지난 6월에는 국제 설탕 가격지수 안정세를 반영해 국내 제당업체 3사가 B2B 설탕 제품 가격 인하를 결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포장마차, 트럭에 쓰이는 LPG(액화석유가스) 가격도 호떡 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강서구 A씨는 "LPG 한통(20㎏) 가격이 코로나 이전엔 1만9000~2만원 했는데 코로나 이후 계속 올랐다"면서 "지금 5만원 넘는 돈을 주고 가져다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LPG가격은 매년 11월쯤엔 올랐기 때문에, 다음달에 또 오르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라며 "호떡 값을 더 올릴 이유는 충분하지만, 가격을 올리면 아예 지갑을 안 열까봐 못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LPG 공급가격은 LPG 운반 선박 운행비에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에 연동되는데,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대비 1.34달러(1.94%) 상승한 배럴당 70.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글·사진= 김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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