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숙제 ‘자원을 아껴라’ 메르세데스-벤츠, 폐배터리 재활용 독일 공장 가보니
손재철 기자 2024. 10. 22. 15:52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시그널에 대응해야”
지구 온난화와 자원 고갈,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선순환 구현은 인류가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올해 5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기후학자 380명 대상에게 ‘2100년까지 지구 온도는 얼마나 오를 것으로 보는가’라고 던진 질문에 ‘3도 이상 상승’ 응답이 전체의 45%까지 나온 것도 현재 지구와 인류가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웅변한다.
그렇다면 인류는 무엇으로 이 같은 자원고갈, 지구 온난화 등에 대응하는 ‘가이던스’를 공유하며 해법을 찾아야만 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물질 자원 재활용’이다.
특히 자동차·모빌리티 분야에서 ‘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 전기차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 및 배터리셀 제조사들은 앞다퉈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추세다.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쿠펜하임서 배터리재활용 공장 가동 시작
대표적인 사례가 메르세데스-벤츠다. 이미 수 년전부터 ‘폐배터리’에서 주요 물질을 뽑아내는 기술 부문 투자를 더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엔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재활용’ 전문 공장이 각국에서 독일을 찾아온 글로벌 미디어 기자단에 세계최초로 공개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서쪽으로 150㎞ 떨어진 지방 소도시 ‘쿠펜하임’에 위치한 6800㎡ 규모의 ‘전기차폐배터리 재활용 물질 추출 전문’ 공장이다. 유럽 전체를 통틀어 배터리모듈 자체를 분쇄하고 이후, 습식형 화학적 반응으로 기존 폐배터리에서 물질을 추출해내는 최초의 배터리재활용 전문 팩토리다.
배터리모듈을 ‘분쇄기’에 넣기 전까진 사람 손이 필요하지만 이후 ‘화학적 반응’을 통해 폐배터리모듈에서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 주요 물질들은 자동 추출된다. 공장 직원들은 전체 완전 자동화 라인이 잘 구동되고 있는지 체크만 하는 ‘슈퍼바이저’ 역할만 하면 된다. 이 덕에 큰 공장 규모임에도 직원 수는 고작 50여명에 불과하다.
공장 내부 곳곳을 살펴보니 각 공정 라인들은 그룹별로 모듈화돼 있었다. 현재는 벤츠 전기차에서 쓰인 배터리 및 벤츠 연구센터에서 사용한 폐배터리만 수거하지만 향후 대상 배터리모듈을 확대할 계획이다. LFP 배터리 모듈도 추가 적용될 예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벤츠 직원은 “이 공장은 예전에 프레스 금형 공장이었지만 지금은 폐배터리에서 물질을 뽑아내는 재활용 공장으로 탈바꿈했다”며 “궁극적 운영 목표는 재활용을 통해 배터리에 들어간 자원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거한 배터리모듈들은 외부 케이스까지 입혀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배터리 모듈 형상으로 첫번째 공정인 분쇄기로 그대로 들어간다”며 “그 이후 과정은 시스템이 알아서 플라스틱 걸러내고, 주요 니켈, 망간, 코발트, 알루미늄 등을 추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건식 방식 대비 습식야금 추출 방식 차이점 질의에 대해 “물질을 수거하는 회수율은 월등하게 96% 육박하고, 공장 내 공정 자동화도 건식에 비해 더 많이 적용돼 운용 비용을 줄였고, 추출 물질 결정체 효율이 높일 수 있는데 이게 가장 큰 차이”라고 답했다.
재활용 개념 바꿔 ‘통째로 갈아 넣고, 자동으로 물질 추출’
실제 이 공장은 이 같은 효율성으로 배터리셀들을 포함한 직사각형의 모듈 1개가 컨베이너 밸트를 통해 분쇄기에 들어가면, 이후 새 배터리 모듈 1개를 만드는데 필요한 주요 물질을 거의 뽑아낸다고 보면 된다. 단 인산철(LFP) 폐배터리는 물성 자체 구조상 회수율이 극히 낮을 수 밖에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본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자체 시설로 배터리 재활용 전체 과정을 완성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 제조사가 됐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공정을 거치면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전기차 배터리 주요 원자재들이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용 배터리로 재사용될 수 있도록 회수되기 때문이다.
버리는 EV 배터리에서 다시 쓰는 배터리로
이날 벤츠는 공정 단계별 과정들을 있는 그대로 공개했다.
특히 ‘습식야금(화학적 추출)’ 과정에선 코발트, 니켈, 리튬 등 주요 자원 금속들이 개별 결정체로 분리 추출되는 형태를 선보였다. 기존 ‘건식야금(pyrometallurgy)’ 공정 대비 공정 경제성 우위를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차별화였고, 연간 기준 2500톤에 이르는 폐배터리 처리가 가능한 공정을 지니고 있었다.
이날 개소식 행사장에서 다시 만난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본사 고위 관계자는 “폐배터리에서 주요 물질을 추출하고 이후 배터리모듈을 새롭게 생산하는 추가 프로세스를 갖춘 완성차 메이커는 전 세계에서 벤츠가 유일하다”며 “기술이 더 고도화되면 인류가 고민하는 자원의 고갈을 막는데 일조하고, 배터리 리사이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미래를 내다봤다.
한편 국내 전기차 시장 경우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숙제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전기차(BEV) 누적 등록 대수는 60만대를 넘겼고, 이 물량 중엔 1세대 BEV들이 노후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전기차에 대응하는 가성비 우위 EV 개발 부분으로 몰린 시선의 무게추를 ‘배터리 재활용 마켓 성장’, 그리고 직면한 ‘배터리 제조 물질, 자원 고갈’ 등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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