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고려아연의 반격…경영권 분쟁 23일 윤곽 나온다

장우진 2024. 10. 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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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 사 제공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의도적인 시장교란 행위로 공개매수 과정이 적합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며 법적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MBK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처분 신청이 두 차례 모두 기각됐지만, 본안 소송에 또 나서겠다고 밝혀 법적 공방이 예고된다.

재계에서는 23일 마감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추후 표 대결 시 국민연금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2.4%의 자사주 카드가 남아있다는 점이 '박빙 승부' 속 변수로 예상된다.

◇고려아연 "영풍·MBK 확보 지분 5% 적법성 하자"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22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MBK가 시세조정이나 시장 교란에 대해 법적인 검토에 들어갔다"며 "수사와 조사를 통해 시장질서 교란이 규명되면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해 두 번의 가처분 신청을 해 투자자들의 정상적인 판단을 방해했고, 영풍·MBK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14일)엔 주가가 갑자기 떨어져 의도적으로 시세를 조정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조만간 금융감독원에 '단시간 주가 급락 미스테리'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이와 별도로 검찰 측에는 영풍·MBK의 시세조정·시장교란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표는 "영풍·MBK는 연이은 가처분 신청을 일단 제기해 두고, 결정이 날 때까지 일방적 주장을 유포해 시장에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며 "이에 주당 6만원이나 더 높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에 청약하는 대신 MBK의 공개 매수에 응하도록 유인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교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가처분 또 기각된 MBK "본안소송 나설 것"

MBK는 2차 가처분이 모두 기각된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본안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MBK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2차 가처분에 대한 판결문에는 '배임에 해당한다거나,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은 본안에서의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며 "이는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명백히 증명되지는 않았다는 것이지,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은)주주들의 현명한 판단까지 폄훼하지 않길 바란다"며 "주주분은 최윤범 회장의 대리인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셨기 때문에 저희 공개매수에 청약해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MBK의 입장에 박 대표는 "저희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두 차례의 가처분 신청이 완전히 기각됐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자신했다.

◇23일 윤곽 나온다…남은 카드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의 변수로는 남은 유통주식 물량 중 어느정도가 고려아연에 응할지 여부다. 고려아연은 매입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해, 응모량이 많을수록 소각 후 영풍·MBK 측과 고려아연 측 지분율이 모두 높아지게 된다. 공개매수 종료 후 2%포인트 차로 예상되는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만약 격차가 예상범위 밖으로 벌어질 경우 고려아연은 현재 보유 중인 2.4%의 자사주를 활용하는 카드가 남아있다. 회사의 운명이 달린 상태에서 남은 자사주의 의결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인 만큼, 상황에 따라 우호세력에 넘기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23일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약 18%정도의)우호세력은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과거 주총서 의결권 행사 여부를 보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사주 활용 여부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 대결 시 캐스팅보트로 여겨지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판단의 예상은 힘들다"면서도 "(김태현 이사장이 국정감사서)장기적인 성장과 수익률 제고 등을 관점으로 판단한다고 하셨으니 이를 믿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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