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닭은 날지 못 한다 했나"…삼양식품 '불닭' 날았다

김아름 2024. 10. 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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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대표주자로 자리매김
밀양 2공장 가동 시 고성장 예상
'불닭소스'로 카테고리 확장 시도
그래픽=비즈워치

삼양식품의 질주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상 첫 매출 1조원·영업이익 1000억원을 기록한 게 바로 지난해인데 올해에도 두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할 태세다. 전망도 밝다. 새 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량이 40% 늘어난다. 또 한 번의 '퀀텀 점프'를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닭은 못 날아도 불닭은 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1조1929억원, 영업이익 14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1%, 62% 성장했다. 당연히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신기록이었다. 10년 전인 2013년의 매출 3027억원, 영업이익 102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4배, 영업이익은 14배 늘어났다. 

초고속 성장세는 올해도 여전하다. 1분기엔 매출 3857억원, 영업이익 8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50% 넘게 늘었고 영업이익은 3배 이상 급증했다. 2분기엔 매출이 또 늘면서 4000억원을 돌파(4244억원)했다. 영업이익도 895억원으로 900억원대를 넘보고 있다. 그야말로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지경이다.

삼양식품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3분기에도 호실적을 예고해 뒀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4228억원, 영업이익 854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26.1%, 영업이익은 96.8%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3분기까지만의 실적으로도 이미 매출 1조2329억원, 영업이익 2550억원을 확보, 연간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들어 미주와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한 게 주효했다. 삼양식품은 연내 네덜란드에 유럽 판매법인을 설립한다. 그간 삼양식품의 해외 실적을 떠받치던 동남아시아 시장을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판매량이 늘면서 장기집권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시가총액에서도 삼양식품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삼양식품의 시총은 4조2000억원대로, 라면 시장 경쟁사인 농심(2조2200억원)이나 오뚜기(1조6500억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전체 식품 상장사를 대상으로 넓혀 봐도 CJ제일제당이 비슷할 뿐이다. CJ제일제당의 연매출은 29조원으로 삼양식품보다 20배 이상 많다. 

날아올라라 불닭이여

삼양식품의 승부수는 또 있다. 우선 내년 5월에 밀양 2공장이 완공된다. 매분기 급성장했던 삼양식품의 매출은 지난 2분기를 정점으로 3분기와 4분기 모두 4000억원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세가 멈춘 것이 아니다. '더 팔 수 있는' 불닭볶음면이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런 매출 정체는 밀양 2공장이 가동되면 풀린다. 2공장은 연간 6억~7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 삼양식품의 연간 생산량은 18억개다. 2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생산량이 40%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당연히 매출도 비슷하게 늘어난다. 

다음 스텝도 어느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엔 라면이 아닌 '소스'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를 바탕으로 '불닭소스'를 시장에 안착시킨다는 전략이다. 삼양식품은 불닭소스를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만들어 '제 2의 타바스코'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다양한 불닭볶음면 라인업/사진제공=삼양식품

불닭 소스는 빠르게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2019년 100억원을 밑돌았던 삼양식품의 소스 부문 매출은 2020년 200억원을 돌파하더니 지난해엔 382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엔 상반기에만 222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중 117억원이 해외 매출이다. 

다만 수백억원대 매출의 소스류가 불닭볶음면의 매출을 뒷받침하기엔 아직 규모가 미미하다. 삼양식품은 이를 B2B(기업간 거래) 확대로 뚫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업소용 대용량 불닭소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불닭소스가 햄버거류와의 궁합이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지난 5월 KFC와 손잡고 '불닭 칠리 슈퍼박스'를 내놨고 8월엔 맘스터치와 함께 일본에 '불닭소스 싸이버거'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은 이제 유행이나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며 "삼양식품도 '라면'으로 시장을 확대하기보다는 '매운 제품'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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