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로 부려" vs "도제식 교육은 끝났다" 전공의·교수 '세대 갈등' 격화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전공의와 의대 교수 간의 세대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의대 증원의 '희생양'을 자처하는 전공의의 분노는 스승인 교수를 향하고, 반복되는 지적과 진료·수술에 지친 교수들은 서서히 전공의에게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스승에서 제자로 대를 이어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의사 특유의 '도제식 교육'이 더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예상마저 나온다.
작성자는 교수들의 수많은 비위와 추악한 일면을 알고 있지만 정(情) 때문에 사법당국에 고발하지 않는다며 △논문 공저자 품앗이 △타인 명의로 입원하는 행위 △자녀나 친인척을 인기 진료과에 배정하는 낙하산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 업무에 더 이상 관심 없는 전공의에게 이어지는 몇몇 교수의 불쾌한 스토킹은 인내의 끈을 끊을 것이고 대대적인 고발이 시작될 것"이라며 "일정 비율 발생이 증명된 감염증과 기타 사고들을 어린 의사들에게, 동의서와 함께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일부 교수의 과오 역시 들추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간호법 통과 등을 두고 스승과 제자의 '심리적 거리감'은 더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30대 전임의는 "힘든 전공의 시절을 버티는 이유는 안정된 미래 때문인데 지금은 이를 보장할 수 없다. 여기에 간호법이 통과하고 수시 접수가 마감되면서 후배들의 분노와 좌절감은 더 커진 것 같다"며 "의료사태가 전적으로 교수 책임은 아니지만, 이 분노가 가장 쉽게 향할 수 있는 대상이 바로 의대 교수"라고 분석했다.
의사 세대 간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한 지는 사실 오래됐다. 지난 4월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방아쇠로 작용했다. 그는 당시 의대 교수를 '착취 사슬의 중간관리자'로, 수련병원을 '의정 갈등의 무고한 피해자 행사'한다고 표현한 기사를 공유하며 "두 개의 축, 그리하여"라고 비판했다. 이달 초에도 박 비대위원장은 "환자가 사망했음에도 사망 선언은커녕 자느라 들여다보지도 않은 의사는 누구입니까. 진료할 수 있음에도 전공의 부재를 핑계로 수용 거부한 의사는 누구입니까"라며 병원에 남은 교수를 '저격'하는 글을 재차 올렸다.
의대 교수는 대체로 사직을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항하는 전공의에게 부채 의식과 죄책감 등을 느낀다. "제자 없이 스승도 없다"며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의사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반복되는 전공의 대표의 지적과 '정부 정책의 부역자'라는 오해,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 등에 지쳐 '후배 의사'에 등을 돌리는 의사가 점점 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박 비대위원장의 SNS에 "자기 지지 세력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것은 윤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실망이다"며 "사제 간이 아닌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라면 더 이상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적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 A씨는 "교수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이제 도제식 교육은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뢰가 금이 간 상태"라며 "전공의를 보호하고자 하는 생각은 같지만 방법이 다를 수 있지 않나. 의사라면 모두 자기의 주장에 동조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전공의 대표의 생각이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등장케 한 배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가 독자적으로 의료사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정부와 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하기엔 시간이 너무 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 의대 교수와 척지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기보다 협의, 소통하며 해결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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