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공석 우주청 우주탐사부문장…美 유인 달탐사에 역할할 수 있을까

박정연 기자 2024. 10. 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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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표면에 최초 한국인 이름붙인 진호 경희대 교수 후보 물망
우주항공청 전경. 우주항공청 제공

우주항공청(우주청)에서 우주탐사 관련 프로젝트의 기획과 설계를 진두지휘할 우주탐사부문장의 자리가 장기간 채워지지 않고 있다. 우주청의 핵심 역할인 과학임무 어젠다 설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개청 5개월이 넘도록 리더가 없는 것이다. 

우주과학탐사부문 조직은 달과 소행성을 비롯한 천체를 대상으로 과학적 연구를 진행하고 우주탐사 프로젝트의 기획과 설계를 담당한다. 5300억원의 국고가 투입되는 한국형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을 관리하는 것도 이 조직의 업무다.

미국과 중국 등 우주기술 선도국들의 달 탐사프로젝트가 임박한 가운데 국내 실무 책임자 공백이 길어지면서 국제적 협력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주요 부문장조차 임명되지 않은 기관은 각국 우주기관와의 대화 테이블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2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우주청 우주항공임무본부 산하 우주과학탐사 부문장은 현재 인사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우주청 관계자는 "빠르면 연말 새 부문장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주항공임무본부를 구성하는 다른 세 가지 부문인 우주수송부문장, 인공위성부문장, 항공혁신부문장 인사는 모두 지난 8월 마무리됐다.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현재 강현우 우주과학탐사임무설계프로그램장이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2급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명된다.

새 부문장 후보에는 진호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교수가 내정됐다는 '하마평'이 나온다. 진 교수는 2021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달 뒷면 충돌구(크레이터)에 조선시대 천문학자 남병철 선생의 이름이 붙여지는 데 기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달 표면에 조선 학자의 이름이 부여된 최초의 사례다.

진 교수는 2006년 국제공인학술지 '한국우주과학지'에 남병철 선생이 제작한 혼천의를 연구한 논문을 바탕으로 국제천문연맹(IAU)에 명칭을 추천했고 지난 8월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국제 학계를 설득하고 국내 우주천문학계를 고무시킨 성과는 이번 부문장 인선에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우주 관련 기관들과 기업들은 우주청 조직이 하루빨리 완전한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우주과학탐사 부문장은 우주청이 주요 우주 임무로 제시한 제4라그랑주 점(L4) 탐사를 비롯해 소행성 탐사, 달 착륙선 개발 등 설계해야 할 임무가 산적해 있다. 

6월 우주청이 주최한 우주과학탐사 분야 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한 우주항공기업 관계자는 "우주 산업이 성장 단계인 현 상황에서 기업들이 역량을 투자할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선 우주청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우주임무 계획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우주기관과 협업을 할 수 있는 최적 시점의 초침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Ⅲ'를 통해 2026년 4명의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킬 예정이다. 한국이 이 프로젝트에 영향력을 넓히고 의미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남은 시간은 1년도 남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서 NASA와 '아르테미스' 연구를 위한 협약 체결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이 임무를 담당할 조직의 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NASA가 신속한 논의에 긍정적으로 임할 지는 미지수다.

앞서 팸 멜로이 NASA 부국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주청과의 협력 방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인력의 채용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하기도 했다. 올해 IAC에 참석한 우주항공계 관계자들 또한 "우주청이 (우주산업 성장과 관련해)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개청 반 년이 다 되도록 조직 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행보에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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