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두달 먼저 론칭하더니… K-패스 예산 '예견된 소진'
K-패스 예산 빠르게 소진
4개월 남았는데 36% 남아
추가 예산 없다면 환급 차질
예산 부족 사태 예견된 일
시행 시기 2달이나 앞당겨
환급 조건 15회 이용으로 낮춰
하지만 충분한 예산 확보 못해
가입자 수 예측에도 실패
환급 상한액 따로 두지 않아
혜택 중복되는 카드 검토하고
교통비 지원 정책 효과 측정해야
![5월 처음 시행한 K-패스의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22/thescoop1/20241022143447545lvrc.jpg)
교통카드 'K-패스'의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추세가 이어진다면, K-패스의 이용자에게 돌아가야 할 '환급분'이 모자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K-패스를 론칭한 5월에 이미 '예산 소진'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예견된 사태'라는 건데, K-패스의 운영주체인 국토부는 지금까지 뭘 한 걸까.
'K-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출금액의 일정 비율(일반인 20%·청년 30%·저소득층 53%)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교통카드다. 2018년부터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던 알뜰교통카드를 개편해 출시한 카드로, 지난 5월 시행했다. 고물가 국면에서 허덕이던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대중교통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 무슨 일이지? = 이런 K-패스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K-패스 사업 예산이 빠르게 소진된 탓이다. 올해 K-패스 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총 1584억원인데, 5월부터 8월까지 전체 예산의 63.8%(1010억원)를 써버렸다. 앞으로 남은 4개월 동안 환급을 제대로 못 해줄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지방비 추가 투입에 협조하겠다는 공문을 받긴 했다"면서도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환급액을 줄여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 부족 사태가 '예견된 일'이란 점이다. 더스쿠프는 지난 5월 '두달 빨리 시작한 K-패스, 예산 두달 먼저 바닥난다면(통권 596호)'란 기사에서 K-패스의 예산이 쉽게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도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 왜 예산 빨리 소진됐을까 = 원래 K-패스는 올해 7월에 도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런저런 교통비 지원정책이 주목을 받자 국토부는 그 시기를 두달이나 앞당겼다.
올해 사업기간이 7~12월에서 5~12월로 두달이나 늘어난 셈이었다. 이를 감안해 국토부도 예산을 늘려잡긴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K-패스 예산은 516억4000만원(지방비 제외·2023년 9월 편성)에서 734억7000만원(2023년 12월 본회의 의결)으로 218억3000만원 늘어났다.

하지만 K-패스의 월평균 환급액은 255억원에 이른다. 사업기간이 두달 연장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증가분이다. 왜 예산을 이렇게 적게 늘린 걸까. 답은 간단하다. 수요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K-패스 가입자를 185만명 수준으로 예측했지만, 가입자 수는 출시 90일 만에 200만명을 넘어섰다. 환급 조건을 '월 21회 이상'에서 '월 15회 이상'으로 낮춘 것도 가입을 부채질했다.
■ 왜 실패를 반복했을까 = K-패스 예산이 빠르게 소진된 이유는 또 있다. 다름 아닌 K-패스의 교통비 지원 방식이다. 정액권형인 서울시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 '기후동행카드'와 달리 K-패스는 환급형이다. 이용자 수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액권형과 달리 사후환급형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당연히 필요 예산을 가늠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선례先例도 있다. 지난해 사후환급형으로 시행했던 알뜰교통카드는 예산 확보 문제로 환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분 환급액은 올해 1월에야 시민에게 전달됐다. K-패스의 예산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된 덴 '실패 사례'를 반복한 국토부의 태만함이 깔려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환급 상한액이 따로 없으면 예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수용하지 않았다. K-패스엔 월 60회란 적립 횟수 제한은 있지만 1회당 적립금 한도가 없다. 이용하는 대중교통의 요금이 높을수록 환급액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한액'을 설정하지 않은 건 정책적 오류로 봐야 한다.
실제로 K-패스 카드로는 신분당선·광역버스·광역급행철도(GTX)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반 버스와 지하철에 비해 요금이 2~2.7배 높지만 동일한 비율로 환급받는 데다 상한선도 없다.
■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 이제 국토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K-패스의 예산을 빨리 소진한 문제들을 점검해야 한다. '기후동행카드' 'THE 경기패스(경기)' '인천 I-패스(인천)' 등 다른 교통비 할인카드와 중복되는 혜택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사용된 K-패스 예산은 전체의 63.8%다.[사진 |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22/thescoop1/20241022143450367txox.jpg)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혜택이 겹치는 정책들을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며 "정부든 지자체든 현재 유사한 정책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데 각 사업과 사업주체 간 조정을 통해 중복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통비 지원정책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그런데 왜? = 하지만 국토부의 행보가 또 이상하다. 국토부는 내년 K-패스 예산을 2375억원(지방비 제외)으로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734억7000만원 대비 3배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여기에 다자녀 할인 혜택도 신설하겠다고 전했다. 예산 부족 사태를 방지할 대책을 고안하긴커녕 예산만 되레 늘리겠다는 거다. 이런 식이라면 예산은 예산대로 소진되고 정책효과는 정책효과대로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K-패스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