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날갯짓하며 달렸다"…진주 공룡 발자국 연구 세계적 학술지 표지 장식

이채린 기자 2024. 10. 2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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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의 주인인 벨로키랍토르가 '날개짓하며 달리기'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복원도. Julius T. Csotonyi 제공

새는 공룡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알려져 있지만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화석이 부족해 조류의 초기 진화 역사는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다. 경남 진주시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이 공룡이 완전한 비행 능력을 갖기 직전에 획득한 진화 행동인 '조류 비행의 기원'을 보여준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조류 비행의 기원을 보여주는 세계 최초의 공룡 발자국 화석인 이 화석은 공룡-새 진화의 새로운 연결고리다.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연구소장), 알렉산더 데체키 미국 다코타 주립대 교수,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진주에서 발견한 백악기 소형 '랩터' 공룡 발자국을 연구해 조류 비행의 기원을 간직한 세계 최초의 보행렬로 확인했다는 내용을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었다. 이번 연구내용은 PNAS 표지를 장식했다. 

2010년 진주시 충무공동 진주혁신도시에서 진행된 2차 발굴조사에서 중생대 백악기 1억1000만 년 전 지층인 '진주층'에서 소형 공룡 랩터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의 줄임말인 랩터는 몸집은 작지만 무리를 지어 사냥했던 육식공룡이다. 진주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의 주인인 랩터는 2018년 길이 1㎝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랩터로 인정받았다. 

연구팀은 랩터의 발자국을 분석했다. 이 중 2번 보행렬은 발자국 길이가 평균 10.5mm, 보폭은 556.3 mm로 발자국 길이보다 보폭이 53배나 컸다. 이를 근거로 소형 랩터 공룡의 달리기 속도를 계산했더니 1초에 10.5m를 달렸다. 시속 37.8 km에 달하는 속도다. 이 속도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 알려진 2638개의 육식 공룡 보행렬 중에서 가장 빠른 수치다. 당시 이 발자국에는 ’드로마에오사우리포미페스 라루스(Dromaeosauripus rarus)‘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2번 보행렬을 남긴 소형 랩터 공룡은 참새 정도 크기였다는 것이다. 오로지 두 다리의 힘만을 이용해서 1초에 10.5m를 달렸다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빠른 속도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동물이 몸집이 작은 동물보다 절대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이 랩터 공룡의 몸 크기를 ‘치타’ 정도로 가정하고 상대 속도를 계산했더니 진주의 소형 랩터 공룡이 치타보다 더 빠르게 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진주 랩터 공룡이 상대 속도에서 치타보다 빠른 이유로 "날개가 달린 앞발을 펄럭일 때 만들어지는 공기역학적인 힘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학계에서 ‘날갯짓하며 달리기(Flap-running)’라고 표현되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날갯짓하며 달리기는 날개를 퍼덕이며 달리는 것으로 공룡과 비행 사이의 연결 고리로 간주되는 행동이다. 

행동 진화 연구자들은 소형 육식 공룡이 비행 능력을 진화시키기 위해서 날개를 퍼덕이며 달리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공룡이 완전한 비행 능력을 갖기 직전에 획득한 진화 행동이라는 뜻이다. 

이같은 분석 결과 연구팀은 진주 소형 랩터 공룡 2번 보행렬이 조류 비행의 기원을 간직한 세계 최초의 보행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의 제2저자로 참여한 김 교수는 "한국에서 나온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조류 비행의 기원을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마이클 피트먼 홍콩 중문대 교수는 “비록 보존된 발자국 길이가 착륙이나 이륙하는 행동에 의해 남겨진 것인지 파악하기에 충분하지 않지만, 땅 위에서 날갯짓하며 달렸던 흔적이 보존돼 있다"면서 "발자국 화석을 사용해 조류 이전의 공룡과 새의 비행 기원을 더 잘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앤소니 마틴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진주 소형 랩터 공룡 보행렬의 연구에 적용한 저자들의 종합적 접근 방식은 미래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이런 발자국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면서 "진주 소형 랩터 공룡 보행렬과 같이 보폭이 넓은 보행렬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자료>

https://doi.org/10.1073/pnas.241381012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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