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진 구호품, 3살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삶을 끝냈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지원 물품에 맞아 3살 팔레스타인 아이 ‘사미’가 사망했다고 가족들이 주장했다. 사망한 아이의 가족은 시엔엔(CNN)에 “우리는 하늘에서 음식을 떨어뜨리면 받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아이의 할아버지인 아야드는 19일(현지시각) 가족들과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러 가족 구성원은 텐트 안으로 몸을 숨기려 했지만, 떨어지는 소포에 사미가 맞았다. 사미의 이모와 사촌도 발과 얼굴에 부상을 입었다. 아야드는 “사미와 같이 앉아있었는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꾸러미가 그에게 떨어졌다”며 “1초 차이였다”고 말했다. 사미의 코와 입에서 피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갈 수 있는 마땅한 병원이 없었다.
아야드는 “우리는 원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존엄성을 원한다”고 말했다. 삼촌인 모하마드는 “우리의 삶은 굴욕, 죽음, 공포다. 밤에 잠을 자는데 깨어날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하늘에서 음식을 떨어뜨리면 받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말했다. 사미의 아버지 마흐무드는 사미와 그의 가족은 이스라엘 군사 작전으로 인해 최소 6번 이상 이동해 칸유니스에 도착했다며 “공습이 있었지만 사미는 살았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낙하산(물품)에 맞아 죽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세계 식량과 영양실조를 평가하는 ‘통합 식량 안보 단계 분류’(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 보고서를 보면, 약 184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심각한 수준의 급성 식량 불안에 직면했다. 피크르 샬토트 팔레스타인 의료지원 비영리단체 가자 지부장은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 전역에서 기아를 전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며 “가자 전쟁에서 1년 이상 살아남은 3살 소년이 식량 공수 과정에 숨졌다는 것은 비극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가벼운(meagre) 자선 이상의 권리가 그들에게 있다”고 시엔엔에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면서 유엔 등 세계 난민 구호 단체들이 비행기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식량을 보급하고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트라우마 겪는 이스라엘군, 스스로 목숨 끊어
40살의 엘리란 미즈라히는 자녀 4명의 아빠다. 지난해 10월7일 가자전쟁이 발발한 뒤 가자지구로 파견되었던 예비군이다. 그는 전투에 파견된 후 6개월, 고향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받다 재배치 되기 이틀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어머니 제니 미즈라히는 시엔엔에 “그는 가자에서 나왔지만, 가자는 그에게서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미즈라히는 지난해 10월8일 가자지구에 배치돼 장갑차량인 D-9 불도저를 운전했다. 그의 원래 직업은 이스라엘 건설 회사 관리자였으나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본 뒤 싸울 필요성을 느끼고 자원입대했다. 예비군이던 그는 186일 동안 가자지구에서 지내며 무릎에 부상을 입었고, 올해 2월에는 로켓추진수류탄(RPG)이 그의 차량을 공격해 청력이 손상됐다고 그의 가족이 전했다. 그는 치료를 위해 가자를 나왔고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의 가족들은 시엔엔에 미즈라히가 분노, 땀, 불면증, 사회적 비난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의 여자 형제인 쉬르는 “동생은 ‘내가 본 것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소셜미디어에서 그를 향해 “살인자”라고 욕하는 댓글을 보고 불쾌해했다고 한다. 쉬르는 군대와 전쟁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보이지 않는 총알에 맞아 죽었다”며 그가 심리적으로 아팠다고 설명했다. 그의 어머니 제니는 아들이 가자에서 돌아왔을 때 종종 “보이지 않는 피가 몸에서 나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엔엔은 이스라엘군이 전쟁 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또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수천명의 군인을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공식 수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하아레츠는 지난해 10월7일부터 올해 5월11일까지 장교와 군인 총 1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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