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한 방 먹인 ‘우크라 전쟁 파병’, 북한이 러시아에서 받을 깜짝 선물은 [매경포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과 전망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전쟁이다. 사태가 장기화될지, 러시아의 재래식 군사력이 이 정도로 볼품없는 수준일지 전혀 몰랐다. 코미디언 출신이라고 우습게 봤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뻔뻔할 정도로 세계를 상대로 무기 구걸을 해가며 국가 수호에 전념할지 예상 못했다. 북러 밀월은 이보다 더했다. 군사 강국 러시아가 부족한 포탄을 구하러 국방장관·외무장관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24년만에 방북 하리라곤 아무도 몰랐다. 한쪽이 침략당하면 지체없이 원조한다는 집단적 자위권이 담긴 북·러 조약이 체결되고, 이젠 북한군 파병을 지켜보면서 한숨과 함께 고개만 떨구게 된다.
푸틴은 지난 6월 북·러 조약 체결 직후 북한에 파병 요청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거짓이 됐다. 지난해 9월 극동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북한군 파병이 거론됐지만 크렘린은 발뺌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지 않은 우리에게 감사를 표하는 등 혼선을 주며 실속을 챙겼다. 그래서 러시아의 위장된 행보가 향후 어떤 더 놀랄 일을 벌일지 솔직히 두렵다.
남의 나라 전쟁에 지원부대가 아닌 특급 전투 병력을 보내는 것은 북러 관계가 혈맹이 됐다는 의미다. 과거 용병 부대 파견은 힘있는 나라의 강압에 의한 게 많았지만 이번엔 러시아의 긴급 요청에 북한이 자발적으로 호응한데서 우려가 더 크다. 멀리 타국에 와서 대신 싸워줄 군인을 보내준데 대해 러시아가 첨단기술과 통치자금 제공을 약속했을 것은 예측 가능하다. 푸틴이 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참전용사와 그 유족을 끔찍이 챙기는 것만 봐도 북한 파병부대를 위한 고도의 성의 표시를 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생사를 건 도박을 하면서 특단의 선물도 보장받지 않고 파병을 결정하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파병 군인들이 총알받이가 돼서 북한 민심이 이반하고, 러시아의 군사기술 제공에 한계가 있다는 등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상상 초월의 북·러 밀월을 지켜보고도 개인적 바람만 읊조리고 있으면 안된다.
러시아의 보은(報恩) 가능성을 따지면 그들이 ‘레드 라인’을 넘은 건 확실하지만 우리가 보복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문제는 신중히 따져볼 일이다. 특히 서방의 막대한 군비 지원으로 전쟁은 만 3년을 향해 가지만 결말을 알 수 없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형국이다. 전쟁은 우리 안보를 포함한 많은 것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에 막대한 무기 제공이 맞는지 현실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때도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어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에 의존했다가 이들의 패배와 배신으로 소련에 흡수되는 비운을 맞았다. 소련 내 15개 공화국 중 하나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2월 24일 ‘특별군사작전’ 개시 전날, 전쟁 이유를 밝히면서 우크라이나를 ‘인공적 산물’이라고 폄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국가로 만들어준 것을 소련 창시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실수’라고 했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은혜를 잊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통해 비수를 꽂으려는 것을 단죄한다는 게 푸틴의 전쟁 논리 중 하나였다.
요체는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자주국방 대신 외세 의존을 지속해왔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국가(國歌)에도 나오는 조상격인 코자크 집단은 러시아로부터 독립과 자치를 염원했지만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주변 강국인 폴란드·오스만튀르크·스웨덴·독일 등에 의탁해 러시아에 맞섰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도 외세의 힘을 빌려 싸워온 악습의 연장선이다.
자립 못하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은 북한군 노고를 치하할 푸틴에게 대북 기술 제공의 구실만 높여준다. 북러 밀월이 상상 이상 수준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은 러시아 입장에선 한국의 사실상 참전을 뜻한다.
러시아의 무도한 침략이 부른 전쟁이지만 우크라이나 역시 남의 무기만 믿고 덤볐다가 세계를 수렁에 빠트리고 있다. 그중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북한군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실감나게 다가온 만큼 서방과의 연대를 넘어 보다 전략적인 사고가 절실해졌다. 출구는 전쟁이 끝나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이제는 국제사회와 함께 종전과 휴전의 목소리도 높여야 한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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