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맛과 화학의 만남

2024. 10. 22.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유명 요리사와 무명 요리사 간의 요리 대결 한국프로그램이 장안의 화제이다.

특히 오로지 맛으로만 평가하기 위해, 평가자가 눈을 가리고 만들어진 요리를 맛보는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즉 인간은 맛에 대한 미각의 훈련에 의해 맛있는 음식을 찾고, 이는 생존과 음식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밑거름이 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광록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장

최근 유명 요리사와 무명 요리사 간의 요리 대결 한국프로그램이 장안의 화제이다. 특히 오로지 맛으로만 평가하기 위해, 평가자가 눈을 가리고 만들어진 요리를 맛보는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시각, 청각, 촉각을 제외하고 후각과 미각만으로 맛을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원초적인 맛을 평가하는 공정한 방법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생존이란 삶의 에너지를 얻기 위한 욕구를 충족시키며 생명을 지속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 기저에는 음식을 얻기 위한 활동과 맛을 추구하는 기본적인 욕망이 깔려 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발달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재료와 향신료가 발굴되었으며, 지역적 특색에 맞게 발전돼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랫동안 다양한 요리가 발달되었는데, 특히 세계적으로 드문 다양한 저장음식을 개발해 왔고 그 중 김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 김치에는 먹는 욕구를 자극하는 기술의 정수가 반영돼 있다. 기본 재료인 채소부터 소금 젓갈 등이 어우려져 시간과 온도의 조합의 기술인 '숙성'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 진다. 그러면 사람들은 맛을 어떻게 느낄까?

일본의 생화학자이자, 세계 최초로 감칠맛을 발견해 MSG(글루탐산나트륨)를 개발한 '이케다 키쿠나에'는 1900년도 초반 어느 날 채소, 두부, 고기 등에서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이 다시마에서 추출한 육수에서도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결국 다시마 추출물에서 화합물인 '글루타민산'을 발견한다. 이는 우리 몸속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20종의 아미노산의 하나이며, 미각을 자극해 음식의 감칠맛을 담당하는 화합물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추출 공정을 거쳐 상업화되었다가 이후에는 사탕수수에서 박테리아를 이용한 발효과정을 거쳐 대량의 글루타민산을 생산하게 된다. 현재 매우 다양한 요리와 요리 첨가물에 글루타민산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민산은 어떻게 우리 입을 통해 우리의 뇌에 맛있다는 신호를 보내게 될까?

혀에는 짠맛·단맛·신맛·쓴맛을 느낄 수 있는 수용체가 있다. 이러한 수용체는 혀 전체에 고루 분포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2000년도에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제5의 수용체가 우리 혀에 있다는 것이 발견됐다. 이러한 글루타민산 수용체는 뇌에도 존재하며 흥분성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매운맛은 다른 맛과 달리 혀의 수용체를 통한 맛이 아닌 '통증'의 일종이다. 매운맛을 담당하는 화합물은 캡사이신인데, 이는 혀에 분포하는 통각 세포의 매운맛 수용체에 결합해 매운맛을 느끼게 한다.

감칠맛은 그 외에도 핵산 기원의 이노신산과 구아닐산이 있다. 이노신산과 구아닐산은 글루타민산 이후에 발견된 감칠맛을 담당하는 물질로서 글루타민산과 함께 사용하면 감칠맛을 더욱 배가할 수 있다. 감칠맛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몸의 필수요소인 단백질 섭취를 위한 기본적인 기작이다. 따라서 우리는 감칠맛을 느낄 때 음식이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특히 영아기에 섭취하는 모유에 글루타민산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태어나자마자 글루타민산에 대한 맛의 훈련이 잘 이뤄졌으며, 성장하면서 고기에 대한 맛을 추구하는 본능이 자연스럽게 강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원리로 인해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고기를 섭취하여 단백질의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인간은 맛에 대한 미각의 훈련에 의해 맛있는 음식을 찾고, 이는 생존과 음식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밑거름이 된다. 여기에는 맛의 기본 구성인 화합물인 짠맛의 소금, 단맛의 설탕, 감칠맛의 글루타민산, 신맛의 아세틸산, 매운맛의 캡사이신과 같이 음식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화합물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음식을 먹는 행위도 화학과 관련되어 있다.

김광록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장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