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신웅 칼럼] 스타십의 도전 정신과 과학기술 혁신

여론독자부 2024. 10. 2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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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웅 국방우주학회장(국민대 교수)
대형 발사체 발사대 회수 등 성과 놀라워
우주청 첫발 뗀 韓, 이제야 신규사업 준비
혁신 연구 예타 폐지, 국가R&D 힘 실어줘야
사진 설명
[서울경제]

이달 13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다섯 번째 만에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위한 발사에 성공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 결국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이고 과학기술적 혁신이라는 점에서 참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발사 성공에는 몇 가지 기술적으로 대단한 점이 있다. 첫째, 탑재량이 고도 750㎞ 저궤도 기준 150톤으로 1.5톤인 누리호의 100배나 되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대형 1단 발사체인 ‘슈퍼헤비’의 발사 및 회수에 성공했다. 둘째, 회수 방식이 기존의 지상 착륙 대신 ‘메카질라’라 불리는 젓가락 팔을 이용해 스타십을 발사했던 발사대에 착륙시켰다. 이는 지상(혹은 해상 바지선)에 착륙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야 하며 그것도 매우 무거운 초대형 발사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발사체에 착륙시켜 정비 및 연료 주입을 바로 하고 탑재되는 스타십을 발사대에서 곧바로 장착해 그대로 발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재발사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화성 탐사만을 생각한다면 굳이 어려운 발사대 착륙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스타십 우주선 자체도 지구 저궤도를 1시간가량 순항해 목표하는 인도양에 착수시켰다. 전 지구 어디라도 1시간 내에 150톤의 화물(인간 포함)을 보내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얼마 후에는 스타십의 화성 착륙 이전에 지구상의 어느 곳인가에 스타십이 착륙해 화물을 내리는 시험비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미군의 신속한 해외파병에 유용하다는 점을 증명할 것이고 화성에 가기 전 지구상에서 수송 사업으로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 제작 비용은 기존 발사체 비용이 10분의 1 정도로 알려져 있다. 실제 서비스 가격은 아리안스페이스보다 20% 정도 낮고 그만큼 이익이 많아 발사체 시장에서의 영업수익은 1회당 80% 수준으로 추정된다. 스페이스X는 그렇게 번 돈으로 스타링크 사업도 하고 화성 탐사를 위한 스타십도 개발하고 있다. 시간이 돈이라며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와 일정을 제시하고, 임직원을 극도로 몰아붙이고, 창립 멤버인 임직원도 주저 없이 해고하는 모습이 또 다른 혁신가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다.

얼마 전까지 미국 공대 졸업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기업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었지만 지금은 스페이스X다. 사람을 막 대하는 머스크와 일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 혁신을 이뤄내고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해 하나씩 성공을 일궈내는 스페이스X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2027년에는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머스크의 재산에 비견할 규모는 아니지만 스페이스X의 창립 멤버로 팰컨9의 멀린 엔진을 개발한 톰 뮬러는 1조 원을 벌었다.

한국도 우주개발과 우주산업 육성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올해 5월 27일 우주항공청을 만들었다. 내년에나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 같아 조금은 답답한 상태이나 그럼에도 신규 사업 기획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세계 최고 강대국이고 혁신 국가인 미국도 가장 우수한 인재들은 법대와 의대를 지망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 인구도 세계 3위로 우리의 7배인 3억 5000만 명이나 돼 연구개발(R&A) 인력도 충분하고 불법체류자 외에도 인도 등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나사와 보건·에너지 정도 외에는 연구기관이 따로 있지는 않으며 대학과 기업이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의대 쏠림 현상이 의학과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져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성공 사례의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아 주식시장의 기대와 달리 글로벌 대형 제약사 등의 출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과학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R&D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폐지하려 하고 R&D 예산 검토를 위한 대체 방안으로 사전검토 제도를 기획 중이다. 혁신적인 기업이 자기자본을 투자해 개발하는 속도를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지만 이번 예타 폐지를 통해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이 많이 시작돼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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