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 파병' 침묵 중 "반제대결전"…명분 쌓기?
김정은 "반제대결전" 최선희 "반미연대"
푸틴, 북러조약 때 '서방·미국' 비난 기고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정부가 북한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 발표했지만 북한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북한은 반제국주의와 반미연대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러시아 파병에 대한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의 파병은 지난 6월 북러 조약의 후속 조치로 평가되는데,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서방과 미국에 대한 비판적 기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북한 역시 같은 연장선상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발표한 지난 18일 이후 사흘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북러 무기 거래가 사실이라는 정부 평가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즉각 반발했던 때와 극명히 대비된다. 정부 공식 발표 외에도 파병 정황은 외신 등을 통해 속속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그러던 북한이 21일 '반제국주의 대결'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공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강력한 정치군사력은 나라의 존엄과 힘의 상징이며 반제대결전과 사회주의건설의 승리를 위한 결정적 담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파병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언제나 반제 자주 전선에서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가 서방에 맞서 성전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제국주의와 함께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언급한 '반제국주의 대결'은 러시아 파병에 대한 명분으로 풀이된다.
당시 회담 결과는 비공개 속에 마무리됐지만 올해 6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공개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으로 발전했다. 북한의 파병은 해당 조약에 적시된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면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점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반제국주의 대결 언급에 앞서 '반미 연대 구축'을 경고하기도 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 20일 노동신문을 통해 새로운 대북제제 감시체제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 출범을 비난하며 "만일 미국이 강권과 전횡으로 세계를 움직이려 한다면 더 많은 나라들이 미국식 패권을 끝장내는 데 이해관계를 가지게 될 것이며 세계적인 반미 연대 구도의 출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 조약의 명분으로 삼은 '반미 투쟁'과 궤를 같이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24년 만에 방북에 앞서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문은 모두 세 단락으로 '북한과 소련의 과거 혈맹 관계'→'미국에 대한 비난'→'서방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결제 시스템 구축' 순으로 이어져 있다. 이처럼 북한으로서는 러시아 파병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그 구실을 하나씩 꺼내 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북한이 파병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의도에 대해 현재로서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여기에 대해서 전혀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만 북한의 의도에 예단하지 않고 동향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와 달리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북한 파병 보도에 대해 확인할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우려된다고 밝혔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역시 현재까지 공식 입장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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