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남편을 ‘배 나온 오빠’라 했다 뭇매… 여기가 북한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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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은 못마땅해하지만 요즘 아내들이 남편을 부를 때 가장 많이 쓰는 호칭이 '오빠'다.
남편은 대부분 '○○야' 하고 이름을 부른다고 한다.
재혼하는 남성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호칭도 '오빠'다.
그런데 국민의힘 김혜란 대변인(48)이 소셜미디어에서 남편을 '오빠'라고 했다가 일부 당원들의 문자 폭탄과 대변인직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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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결혼 20주년을 맞은 김 대변인이 최근 페이스북에 결혼식 가족사진과 함께 올린 게시글이다. “오빠, 20주년 선물로 선거운동 죽도록 시키고 실망시켜서 미안해…. (이때 오빠는 우리 집에서 20년째 뒹굴거리는 배 나온 오빠입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판사 출신인 김 대변인은 지난 4·10총선에서 국민의힘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후보로 나왔다가 떨어졌다.
▷그런데 이 게시물에 ‘그 오빠가 누구냐’고 따지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김 여사에게 받았다고 공개한 카카오톡 문자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를 비꼰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였다. 결혼기념일이 한참 지난 시점에 ‘오빠’ 게시글을 올린 것도 의혹을 키웠다. ‘배 나온 오빠’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명백히 의도적인 조롱” “피아 구분 못 하는 내부 총질”이라는 비난에 “피해망상일 뿐” “배 나온 오빠는 집집마다 있다” “영부인 아니면 오빠란 단어도 못 쓰나”라는 반박 글도 쇄도 중이다.
▷오빠 논란은 ‘친윤’과 ‘친한’의 대결로 흐르는 양상이다. 김 대변인은 황우여 비대위원장 시절 임명된 후 유임돼 친한으로 분류된다. 그는 “제 개인정보를 악의적으로 유출하고 집단적인 사이버 테러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문명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 행위”라고 했다. 그의 대변인직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강명구 의원(47)은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엄중한 시기에 저런 글을 올리는 ‘국민의힘 대변인’의 부박함”이라 비판한 여명 보좌관(33·강승규 의원실)은 대통령실 정무수석 행정관 출신이다.
▷오빠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도 ‘oppa’로 올라 있는 단어다. 혈육 관계가 아닌 남자에게 ‘오빠’라 했다간 징역 2년형에 처하는 북한 말고 이 단어에 이토록 과잉 반응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원래 내부 싸움이 더 잔인한 법이라지만 집권당이 어쩌다 ‘오빠’ 소리에 둘로 쪼개져 문자 폭탄으로 치고받는 지경이 된 건가. 문제의 ‘오빠’에 대해 ‘친오빠는 논할 상대가 아니다’ ‘친오빠 맞다’며 온 국민을 농락하는 명 씨에겐 큰소리도 못 치면서 말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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