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줄기세포 주사' 급증하는데…환자만 '울상' (풀영상)

김지욱 기자,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2024. 10. 21. 20: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뼈나 지방의 줄기세포를 채취해서 무릎에 주사하는 줄기세포 시술이 있습니다. 지난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뒤에 이걸 시술하는 병원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동시에 시술비 수백만 원을 실손보험 처리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과잉 시술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김지욱 기자입니다.

<김지욱 기자>

60대 최 모 씨는 지난해 12월, A 한방병원에서 양 무릎에 줄기세포 주사를 맞았습니다.

[최 모 씨/무릎 줄기세포 시술 환자 : 1세대 실손 가입자라면 90에서 100%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병원 측이) 그렇게 얘기했었고. 주사 맞는 사람은 무조건 1박 2일 (입원해야 한다고.)]

시술비는 953만 원.

하지만 실손 보험사는 "과잉 진료"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통원 치료비 25만 원만 주겠다는 겁니다.

대한슬관절학회 소속인 정형외과 교수에게 의뢰해 의무기록을 살펴봤습니다.

오른쪽 무릎은 관절염 4기로 보이며, 줄기세포 시술을 받기에는 늦었고, 수술이 나았겠다는 견해가 제시됐습니다.

[박용범/중앙대광명병원 정형외과 교수 : (오른 무릎은) 4기로 판단을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저는 수술적 치료를 권유했을 것 같습니다.]

악화한 무릎인 만큼, MRI 촬영을 통한 정밀한 검증이 필요했었다는 소견도 덧붙었습니다.

A 한방병원에서는 MRI 촬영 대신, 초음파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박용범/중앙대광명병원 정형외과 교수 : 초음파로 저희가 무릎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되게 제한적입니다. 관절 연골의 상태는 초음파로 확인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최 씨는 시술 이후에도 호전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최 모 씨/무릎 줄기세포 시술 환자 : 주사만 맞으면 무릎 통증이 이제 완전히 해결된다 그랬었는데 아니니까 좀 아쉽죠. 그게(통증이) 50% 남아 있는 게.]

A 한방병원의 최 씨 주치의는 정형외과 전문의였습니다.

병원 측은 "환자의 상태를 제일 잘 이해하는 주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과잉진료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무릎 줄기세포 시술 병원은 지난해 7월 13곳에 불과했지만, 지난 1월에는 134곳으로 늘었고, 이제는 200곳이 넘을 걸로 추정됩니다.

정형외과뿐 아니라 한방병원, 안과, 가정의학과도 수두룩한데, 시술 상위 40개 병·의원의 실손보험금 청구액은 지난해 8월, 1억 4천만 원에서 올해 5월에는 18억 2천만 원으로 13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양두원, 영상편집 : 윤태호)

---

 
<앵커>

무분별한 줄기세포 시술은 환자는 물론 다른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규정에 맞게 시술을 받았는데도 일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조동찬 기자>

60대 박 모 씨는 지난 3월, 양 무릎에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습니다.

왼쪽은 주사를 맞기 전에 관절 내시경으로 염증 제거술부터 받았습니다.

[양측 무릎 줄기세포 주사치료 환자 : 여기는 줄기세포만 했고 여기는 관절경 했기 때문에 여기, 여기, 여기 양쪽으로 네 군데 째고(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됐습니다.

실손보험사는 양 무릎 모두 줄기세포 치료 대상인 건 인정하지만, 왼쪽은 관절 내시경 수술을 받았으니 줄기세포 시술비를 못 준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신의료기술을 인증하는 한국보건의료원의 고시 어디에도 내시경 수술을 병행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의사의 판단 영역으로 남겨둔 겁니다.

[박용범/중앙대광명병원 정형외과 교수 : 다른 부분에 문제가 있어서 내시경 치료를 하고 그 연골 손상이 (줄기세포 주사) 기준에 해당한다면 지급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병원 측이 하자는 대로 수술도, 시술도 받은 환자 입장에서는, 줄기세포 치료 대상이 맞는데도 시술비 450만 원을 왜 못 받는 건지 속만 타들어갈 뿐입니다.

[무릎 줄기세포 주사 환자 보호자 : 답답한 거예요. 이건(관절 내시경은) 안 됩니다. 나는 이것(주사만)만 하겠어요. 우리가 무슨 의학 지식이 있어서 그렇게 하겠냐고. 못하잖아요.]

똑같은 상황에 놓인 70대 환자는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문의했다가, 뜻밖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상담사 : (보험사들이) 자가 골수 (줄기세포 주사) 관련한 것들은 보험금 지급을 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대형실손보험사 관계자는 "무릎 줄기세포 주사의 보험금 지급 비율을 현재 내부적으로 20%로 제한하고 있다"며 "다른 보험사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줄기세포 주사 시술이 급증하는 가운데, 병원이 과잉 진료를 하는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부당하게 거부하는지를 가려주는 관계 당국의 조사가 부실하다면, 환자와 보험 가입자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이소영, 디자인 : 이예지, VJ : 신소영)

김지욱 기자 wook@sbs.co.kr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