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수입 1억, 벌금은 600만원…‘문다혜 숙소’로 드러난 공유숙박 사각지대

공성윤 기자 2024. 10. 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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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에어비앤비 숙소 90%가 불법…‘2년 징역·2000만원 벌금’ 조항 있지만 “주의 주고 끝”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문다혜씨가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공유 숙박업소를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나자 수사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유 숙박플랫폼 '에어비앤비'의 법적 사각지대가 다시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허술한 제재를 틈타 암암리에 운영돼 온 에어비앤비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숙소 5만 곳을 제공하는 주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은 문씨가 2021년 6월 분양 받은 서울 영등포구 주거용 오피스텔을 에어비앤비용 숙소로 활용 중이란 사실을 지난 14일 단독 보도했다. 문씨는 해당 오피스텔에 대해 영등포구청에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거용이라도 법적으로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은 애초 숙소 목적으로 영업신고가 불가능하다. 관련 민원을 접수한 영등포경찰서는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씨는 본인 소유의 제주도 한림읍 주택도 에어비앤비용 숙소 목적으로 사용해 왔다. 이는 2022년 7월 송기인 신부로부터 구입한 것이다. 주택의 소유 사실은 문씨의 전(前) 남편 서아무개씨의 채용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이 지난 8월30일 압수수색하면서 알려졌다. 이 주택 역시 영업신고가 돼 있지 않았다. 제주시는 최근 해당 주택에서 미신고 불법 숙박업이 이뤄졌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제주자치경찰단에 수사 의뢰를 했다. 자치경찰단은 21일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文 영등포 오피스텔·제주 주택 모두 '미신고 숙소'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건 엄연히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이다. 문씨의 제주도 주택의 경우 농어촌정비법상 '농어촌민박사업'에 따른 숙소로 신고할 수도 있다. 다만 이때도 공중위생관리법상 숙소로 신고한 것으로 의제된다. 더군다나 제주도 주택은 농어촌민박사업 숙소로도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에어비앤비에서 검색되는 숙소 대다수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서울 소재 숙소는 1만6000곳인데 반해 서울시에 영업허가를 받은 정식 업소는 1520곳(9.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0% 이상이 미신고 불법 숙소란 뜻이다. 같은 비율을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전국 숙소 약 5만 곳에 적용해보면, 불법으로 추정되는 숙소만 4만5000곳에 이른다.

이 같은 실태에 비해 단속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전국 16개 지자체로부터 받은 에어비앤비 무신고 사업자 적발 건수는 지난해 459건에 그쳤다. 게다가 같은 기간 세액 추징을 위해 국세청이 적발한 무신고 사업자 건수는 7건에 불과했다. 에어비앤비의 불법 운영이 판치는 가운데 당국이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세수에도 구멍이 난 셈이다.

문다혜씨가 보유하거나 임차했던 부동산 3채. 서울 영등포구 오피스텔(왼쪽)과 제주 한림읍 주택(가운데)은 소유하고 있고, 서울 서대문구 주택(오른쪽)은 전셋집이었다. ⓒ 시사저널 이종현·박정훈

서울 숙소 1만4000여곳 불법…국세청 적발은 '7건'

에어비앤비로 인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정부도 여러 번 나섰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없다. 국회에서도 에어비앤비 허용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다. 관련 법규는 에어비앤비가 국내에 출범한 2014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례로 도심의 아파트 세대원이 공유 숙소를 운영하려면 우선 공중위생관리법의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 조건이란 필수시설 설치 외에 '객실 수 30개 이상' 또는 '(숙소 면적이) 건물 연면적의 3분의1 이상' 등도 있다. 아파트 한 세대를 소유한 개인이 이를 지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진흥법에 따른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객실 수 조건이 있고 이웃의 동의서도 추가로 받아야 한다. 또 내국인은 투숙이 금지되고 신청인이 함께 거주해야 한다는 제한도 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집주인)로 활동 중인 경기도 거주민 A씨는 시사저널에 "2021년경 살고 있는 아파트에 방이 비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을 하려고 시청에 물어봤는데 조건이 까다로워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에어비앤비의 제재 수위가 낮은 점은 불법 운영을 방조한 원인으로 꼽힌다. 법적으로는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A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물어보니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주의를 주고 끝난다고 한다"며 "경찰에 고발 조치해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더라"고 전했다.

2021년 10월7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의 한 타운하우스에서 제주도, 제주시 숙박업소점검TF팀, 자치경찰단, 제주도관광협회가 함께 합동으로 불법 숙박업소 단속을 벌였다. 사진은 불법 숙박업 계도를 위한 홍보지. ⓒ 연합뉴스

"경찰 고발 조치해도 회피하는 경우 많다더라"

최근 대전에서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미신고 숙소 3곳을 운영해 온 40대 남성이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5년여 동안 1박당 12만~13만원을 받아 총 1억3300여만원을 벌었다. 그런데 지난 7월 법원은 벌금 600만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문씨의 경우 서울 오피스텔과 제주 주택을 에어비앤비에 내놓아 1박당 28만~35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2019년 5월 매입했던 서울 양평동 주택(2021년 2월 매각)도 에어비앤비용 숙소로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포함해 문씨는 지금까지 5년 간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활동해 왔다.

에어비앤비 측은 선제 조치를 취했다. 지난 2일부터 새로 등록한 숙소는 영업신고증을 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기존 등록 숙소도 내년 10월부터 영업신고증 제출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문씨의 숙소를 비롯해 영업신고가 불가능한 오피스텔 등은 퇴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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