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트라우마론 vs 샴쌍둥이론 [유레카]

이재성 기자 2024. 10. 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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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1일 만남이 성과 없이 끝났다.

윤 대통령의 고집불통이 문제의 근원이지만, 한 대표의 '쫄보' 정치가 더 부각된다.

여당 대표로서 얼마든지 본인 판단에 따라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는데 대통령 독대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쫄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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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1일 만남이 성과 없이 끝났다. 윤 대통령의 고집불통이 문제의 근원이지만, 한 대표의 ‘쫄보’ 정치가 더 부각된다.

여당 대표로서 얼마든지 본인 판단에 따라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는데 대통령 독대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쫄보 정치다. 정치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지 대통령에게 읍소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대통령과 국민의 인식 차이가 큰 상황에서 독대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과거의 개인적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러니 윤 대통령으로부터 무시당하는 것 아닌가.

이날도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하여 이른바 ‘3대 요구안’을 내밀었다는데,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절차 협조, 세가지 모두 남의 다리 긁는 얘기들이다. 특검을 피하려다 보니 치명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낮은 요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한 대표를 설명하는 이론은 두가지가 있을 수 있다. 먼저 영화 ‘초록물고기’의 조폭 두목 김양길(동방우)이 말하는 트라우마론이다. “내가 옛날에 강아지를 한마리 키우면서 말이야, 계속 발길로 걷어찼거든? 근데 이 강아지가 나중에 이~따만한 셰퍼드가 됐어요. 근데도 나한테 덤벼들질 못해. 왜 그런지 알아? 내가 발만 살짝 들어도 일마한테는 내 발이 이~따만하게 보이는 거야.” 강아지가 커서 덩치 큰 성견이 되어도 어릴 때 기억이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에 관계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음은 샴쌍둥이론이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 부부는 몸통을 공유하는 샴쌍둥이처럼 과거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 당시 검사장이었던 한 대표가 김 여사와 나눈 332회 카카오톡 대화다. 한 검사장이 당시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등이 있는 카톡 대화방에 60여장의 사진을 올렸는데, 이 사건을 수사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것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된 고발장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했다. 한 대표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결국 미궁에 빠졌지만, 한쪽이 망하면 같이 망하는 사이라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트라우마론은 스스로 깨뜨려 극복해야 하고, 샴쌍둥이론은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던져야 돌파할 수 있다. 이 두가지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한 대표의 정치적 홀로서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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