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최초 운문 번역 성공…셰익스피어 번역 30년의 여정

송재윤 작가 2024. 10. 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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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올해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탄생한 지 450주년이 되는 해인데요.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우리의 시 운율로 번역한 전집이 30년 만에 완성됐습니다.


모두 10권, 5824쪽에 이르는 '대장정'의 소회,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최종철 교수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최종철 교수 /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네, 반갑습니다.


서현아 앵커

1993년 맥베스로 시작해서 약 30년간 셰익스피어 작품 운문 번역에 매진을 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대장정이 얼마 전에 끝났는데 완역의 소회부터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종철 교수 /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크게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첫째는 우리 시대 셰익스피어 전공자에게 주어진 역사적인 임무 즉 번역 이걸 끝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뭐냐하면 지금까지셰익스피어의 번역이 다 산문 번역이 일색이었는데 1993년에 맥베스 운문 번역이 처음으로 나오고, 작년 2023년에 전집을 완성해서 한국 한글 셰익스피어, 이 땅에 정착시키는 데 좀 일조를 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외국 문학의 번역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 외국 작가를 한국화 내지는 우리 문화의 일부를 만드는 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작업에 저도 일조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우리가 왜 산문 번역을 계속해 왔느냐 하면 셰익스피어 작품이 우리에게 일제시대 1923년 정도에 이제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고 그 이후로 일본어 번역 방식, 그게 이제 기본적으로 산문 번역인데 그것이 약 한 100년간 제가 2023년에 그걸 마칠 때까지 우리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었는데 거기에서 이제 완전히 벗어났다는 그 우리만의 우리 고유의 우리 언어의 독특한 리듬을 살리는 번역으로 했다는 점이 이제 생각이 났고요.


세 번째는 이러한 운문 번역을 가능하게 해준 그 세종대왕님의 한글 창제, 만약 한글이라는 이 표음문자가 없었으면 저희 셰익스피어 번역은 아마 불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일본어도 못 했고 중국어도 못하고 있는 것을 이제 우리 한글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세종대왕님이 만드신 한글 덕분에 가능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문학사에 아주 길이 남은 업적이 될 것 같은데요.


이렇게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요.


최종철 교수 /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제가 학위를 마치고 1989년 연세대학교 영문과에 부임했을 때 제가 외국 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셰익스피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우리 문화에 기여할 바가 뭔가를 찾다가 둘러보니까, 이제 셰익스피어의 번역이 있었는데 그게 말씀드렸다시피 놀랍게도 다 산문 번역 누구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어보면 거기에 운문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는 걸 다 아는데, 그거를 다 산문 번역 해서 이거는 아니다, 원래 운문의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죠, 일생의 작업으로.


서현아 앵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사실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이 대사의 절반 이상이 운문이다라고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저도 학창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보면 소설처럼 쓰여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번역하실 때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점에 가장 중점에 두고 진행을 하셨습니까?


최종철 교수 /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영어에서 셰익스피어가 쓴 시 형식, 그러니까 대사 전달 방식으로 시 형식을 썼는데 그게 일정한 음가를 한 줄에, 그게 넘치면 다음 줄로 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와 비슷하게 한글도 예를 들면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그다음에 '진주보다 더 고운' 이런 식으로 행갈이를 계속해 나가잖아요.


이것을 어떻게 뜻의 왜곡 없이 어법에 어느 정도 맞게 자연스럽게 하느냐, 그것이 가장 어려웠고 거기에 중점을 뒀습니다.


서현아 앵커 

의미의 왜곡 없이 형식을 지키면서, 정말 되새길수록 대단한 작업이었던 것 같은데요.


또 우리나라 전통시의 3·4조법을 번역에 적용한 점도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되셨습니까?


최종철 교수 /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 셰익스피어의 기본 운율은 예를 들면 라이샌더의 대사 가운데 어떤 게 있느냐 하면 'The course of true love never did run smooth.' 이렇게 이제 짧은 박자가 악센트가 5개가 들어가는데 이거는 우리 말이 악센트를 쓰는 언어이기 때문에 꼭 그대로 따라하려면 불가능하죠.


그래서 이제 우리 말 운율은 뭐가 있을까 둘러보니까 놀랍게도 우리가 일상 언어 모든 시조부터 시작해서 아까 얘기한 그 아침 이슬처럼 모두 3·4조의 기본 운율을 지키는 시형식이 우리 말을 고유의 운율를 만드는 방법이어서 그걸 그대로 이제 적용을 했죠.


그래서 그 발상의 전환만 어려웠고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흔히 쓰는 3·4조를 적용만 하면 됐습니다.


서현아 앵커 

번역하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작품은 뭐였을까요?


최종철 교수 /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최초의 번역을 했던 맥베스라는 작품인데 이게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 가운데 가장 짧고 가장 시적인 비유, 압축, 은유, 상징 이런 것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어서 이거를 우리말 운율에 맞춰서 번역하는 게 이제 제일 어려웠고 그때 생각에 맥베스를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우리만의 은율을 살려서 번역할 수 있으면 다른 작품은 다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 맥베스를 최초의 작품으로 선택을 했고, 그게 몇 가지 시행착오를 거쳐서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고 가장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또 하나의 창작에 버금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교수님은 셰익스피어 아주 유명한 권위자이신데, 이 권위자로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고전으로 오랜 시간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최종철 교수 /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셰익스피어는 그 문학에서 흔히 얘기하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관점에서 이제 말씀을 드릴 수 있겠는데 예를 들면 햄릿, 그러니까 햄릿이 복수, 복수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잖아요.


그러나 햄릿이 복수를 시행하는 방식 그다음에 햄릿이 처한 상황 그가 쓰는 언어 그다음에 그의 행동 양식 이런 것들은 다 햄릿 특유의 좀 특수한 상황을 만들고, 왜냐하면 그 아버지가 죽은 거를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나서 내가 죽었다 복수해라 이런 식의 상황 상황 그리고 그가 쓰는 모든 언어 행동이 다 햄릿만의 고유 방식인데 이게 이제 특수성이죠.


그러니까 이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복수의 감정을 우리가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게끔 만든 게 이제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인데, 예를 들면 오셀로의 질투라든지 맥베스의 야심이라든지 우리 인간 모두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특수한 인물 특수한 상황을 만들어서 또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하는 데 셰익스피어의 강점이 있고 그것이 현재까지 통용되는, 그러니까 우리가 서구로부터 받은 아니면 우리 원래부터 가졌던 인간 본성의 어떤 양식이 인간 본성의 구성 성분이 변하지 않는 한 아마 셰익스피어는 계속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서현아 앵커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우리말의 운율를 타고 재탄생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100년 동안 이어져 온 일본 번역의 한계도 극복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앞으로는 원전의 감성도 더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종철 교수 /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그게 저희 이제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서현아 앵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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