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등록금 동결 16년, 현대판 `분서갱유`다

2024. 10. 2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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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K정책플랫폼 교육연구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2008년 이후 16년째 동결 상태다. 740만원 안팎이던 4년제 사립대학 등록금은 2024년에도 유사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6년간 약 1.4배의 물가상승이 있었으니, 이는 실질등록금이 약 530만원 수준으로 하락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학들은 지속적 재정 압박에 시달렸고, 그 결과 교직원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사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대학 건물과 시설은 노후화되고, 각종 장비와 기자재는 시대에 뒤처진 상태다. 최근 OECD에서 2024년 교육보고서(Education at a Glance, 2021년 통계)를 발간하였다. 해당 보고서는 등록금 동결 16년이 남긴 우리 대학재정의 황폐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첫째, 대학의 지출총액을 학생 수로 나눈 '대학생 1인당 교육비'에서 우리는 1만3573달러로,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일본(2만518달러) 및 독일(2만1963달러)은 물론이고, 영국(3만3574달러)과 미국(3만6274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둘째, 1인당 GDP 대비 대학생 1인당 교육비로 측정해도 마찬가지다. 한국(28%)은 독일(35%), OECD 평균(38%), 일본(46%), 미국(54%), 영국(62%)과 큰 차이를 보인다. 아래에서 네 번째에 해당한다.

셋째, 교육 단계간 격차도 심하다. 일반적으로 교육 단계가 올라갈수록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증가한다. OECD 평균은 초등 1.2만달러, 중등 1.4만달러, 대학교육 약 2만달러 순이다. 우리의 경우 초등(1만4873달러)과 중등(1만9299달러)은 OECD 평균을 웃돌았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교육에 대한 1인당 지출(1만3573달러)은 중등은 물론 초등보다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OECD 국가 중 한국과 이탈리아만이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가 초등교육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고 있다.

각종 장학금 확충에 따라 우리나라 사립대학 재학생의 1인당 평균 학비 부담은 연간 350만원에 그친다. 이는 월 29만원으로, 한 과목의 월 학원비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부담이 줄어 좋을지 모르지만 대학의 열악한 재정은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트린다. 학생들이 매학기 수강신청 경쟁에 시달리고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은 정부의 등록금 규제로 인해 그 기회를 원천 봉쇄당하고 있다. 결국 학생도 피해자이다.

학자 지망생도 피해자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학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은 젊은 시절 7~10년 이상의 연봉 상실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시간강사나 비정년트랙 계약직 신분을 얻게 된다. 운 좋게 정년트랙 교원으로 임용되어도 다른 분야에 비해 크게 뒤처진 연봉을 감수해야 한다. 대학재정이 열악해지면서 대학원생에 대한 처우도 크게 하락하였다. 제자에게 학위 취득을 권하는 게 염치없게 느껴지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의 미래세대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세계적 혁신의 현장에는 활발한 지식생태계를 지탱하는 대학이 있다. 16년의 등록금 동결은 우리 대학 전반에 체념과 적당주의를 불러왔다. 창조와 혁신이라는 대학 본연의 생명력은 없어지고 정부 재정사업에 맞춘 형식주의가 난무하다. 가히 현대판 '분서갱유'(焚書坑儒)에 비길 만하다. 우리의 미래가 걱정이다.

과연 현 정부의 교육기조인 자율과 책무가 무기력한 대학가에서 현실화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의 집권 이후 등록금 동결 정책의 폐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대학정책은 교육세 일부를 고등교육 재원으로 전환하는데 그쳤다. 진정 대학교육 발전에 기여한 정부로 기억되려면 전 세계의 조롱 대상이 된 16년 등록금 동결을 과감히 걷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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