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폭발 직전의 민심

2024. 10. 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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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주말 도심의 모습은 비슷하다. 사랑의 눈빛으로 두 손을 꼭 잡고 서로에게 빠져드는 젊은 연인들, 천방지축 웃고 떠들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돌보는 젊은 부부들, 한가롭게 산책하는 황혼길에 접어든 노부부들, 그리고 깃발을 휘두르고 마이크를 통해 찢어질 듯 소리 지르는 시위꾼들.

시위의 주제는 다양하다. 태극기 휘날리며 좌파 공산주의자를 쳐 없애자는 극우 구호가 난무하는가 하면, 반대로 타도 윤석열을 외치는 좌파 구호도 차고 넘친다. 지난 주말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대학교육의 무상화와 경쟁 입시를 없애자는 구호와 함께 덕수궁 돌담길의 앞뒤를 막으며 시끄러운 음악과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한가로운 산책의 매력을 잃었다.

그 가운데 시내 곳곳에서 피켓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눈에 띈다. '윤석열 탄핵!', '김건희 아웃!' 등의 구호가 많았다. 지난 주말만 그런 것도 아닌데, 그것들이 특히 눈에 띈 이유는 들고 다니는 사람들 중 보수 우파로 보이는 노인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예전엔 못 봤던 모습이다.

물이 끓을 때 즉시 불을 끄지 않으면 주전자 뚜껑이 터져 나오며 끓는 물이 흘러넘친다. 지금 주전자 뚜껑은 거의 반쯤 올라가 폭발 직전이다. 아직도 반밖에 열리지 않은 것은 사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덕분이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모면하기 위해 몸부림치다 보니 탄핵 요건이 되지 않아도 탄핵을 남발했고, 소속 국회의원들의 과잉 충성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일이 허다했다. 거기다 문다혜 씨 음주운전도 국민의 짜증 방향을 잠시 바꾸기도 했다.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7시간 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으로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막말로 남편을 무시했던 김 여사에 대한 기억이 생생할 때, 최재영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에게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고스란히 찍혀 공개됐다.

그 녹취와 영상을 보고 국민이 느꼈을 허탈함과 분노의 원인은 단 하나다. 국민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는데, 난데없이 김 여사가 대통령 노릇을 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5년 가까이 시간을 끌다가 엊그제야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의 설명이 아무리 합리적이라도 설득력을 갖지 못한 이유는 이미 국민 마음속에 자리잡은 '불공정'과 '몰상식'의 인식 때문이다.

대통령의 장모란 사람은 사기죄로 감옥에 다녀 왔고, 변경된 양평고속도로 IC 주변에 김 여사 가족의 땅이 있었다. 게다가 명태균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정치 브로커가 나라를 뒤흔든다. 김 여사가 직접 보낸 문자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그렇게 쓰지 않을 만큼 표현에 품격이 없다.

이 정도면 보통 사람도 기분 나쁠텐데, 수없이 언론에 나타나 대통령과 여사를 협박해도 어떤 대응도 없다. 공개된 문자에서 '무식한 오빠'가 대통령이 아니라 친오빠라는 정도만 대통령실에서 대신 밝힌 것이 전부다. 그래서 국민은 명태균의 말을 사실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만났다. 두 사람은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대면해 현안을 논의했다. 한 대표가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후 27일 만에 열린 회동이었다. 앞서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 협조 등 세 가지를 공개적으로 제안했었다. 이날 회동에서 한 대표는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면서 할 말은 다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명태균 의혹을 추가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은 이제 물러설 곳도 없고,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안을 거부할 명분도 사라지고 있다.

마지막 기회다. 대통령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국민 앞에 나아가 진실을 밝히고, 명태균을 직접 고소하라. 국민의힘은 검찰의 수사가 충분하지 않다면 이후 별도의 명태균 특검 발의를 약속하라. 김건희 여사는 모든 활동을 즉시 중단하고 대통령실 제2부속실을 설치하고 직업 공무원들을 보임하라. 그렇지 않으면 주전자 뚜껑이 날라가 버리듯 일시에 국민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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