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AI 중심은 반도체… 의사 아닌 반도체엔지니어 꿈꿀 수 있게 해주고파"

박순원 2024. 10. 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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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가천대 반도체교육원장
30여년간 삼성서 제품 개발 참여
갤럭시S 시리즈 성공 안착 이끌어
2014년부터 대학서 반도체 가르쳐
영재 대상 반도체 경험 교육 기획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교육원장. 가천대학교 제공

"초등학생·중학생들이 의대 진학만 꿈꾸는 게 아니라 공대로 진학해 반도체 엔지니어가 되는 꿈도 꿀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풍토를 만들기 위해 어린 영재들을 대상으로 하는 '반도체 경험' 교육을 기획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반도체 인재 육성을 맡고 있는 김용석(사진) 가천대 반도체교육원장(석좌교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30여년간 삼성전자에서 시스템반도체와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갤럭시 제품 개발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삼성을 퇴직한 후에는 10년간 성균관대에서 후학을 양성했고, 지난달 가천대 반도체교육원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삼성전자에 입사했던 1983년 전자 시장은 TV, 오디오, VTR 등 아날로그 제품이 주력이었다. 그래서 당시 '디지털 기술'은 신기술로 불리며 기존 아날로그 제품에서 차별화를 위한 중요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인공지능(AI)이 신기술로 불리고 있다.

김 원장은 1990년대 와이드 TV와 명품플러스-1TV, 통신기기, CDMA 기지국 모뎀칩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며 삼성전자 TV 표준 반도체 규격을 만들었다. 2000년대에는 이동통신 모델 개발·통신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해 삼성의 IT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끌었고, 2009년 가을부터는 갤럭시 시스템소프트웨어 팀장을 맡아 '갤럭시S 신화'에 함께 했다.

2009년은 애플 아이폰 시리즈가 국내에 처음 들어왔던 때다. 당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여전히 애니콜과 스카이폰을 시장에 내놓고 있었는데, 애플은 키패드가 없는 전면 스크린 방식 제품을 선보여 '글로벌 스마트폰 붐'을 일으켰다.

아이폰은 정전용량 터치 방식을 처음으로 채택했는데, 멀티터치가 가능하고 내구성이 좋아 성능면에서 압도적이었다. 당시 삼성도 아이폰에 맞서 '옴니아2'를 시장에 내놨지만, 경쟁 상대가 되지 않았다.

삼성은 이듬해인 2010년 초 '갤럭시S' 시리즈를 시장에 공개했다. 당시 피처폰을 만들던 노키아와 모토로라, LG전자 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서서히 밀려났지만, 갤럭시S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현재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아이폰 시리즈와 겨루는 유일한 브랜드가 됐다.

김 원장은 "4년간 갤럭시S 시스템소프트웨어 팀장을 맡을 당시 하루 3~4시간 자며 일한 적이 있었다"며 "몸은 많이 힘들었지만 함께 개발한 반도체가 실제 제품에 적용되고, 상품화로 소비자들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을 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삼성 연구임원으로 있던 2007년 '엔지니어, 세상의 중심에 서라'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IMF 이후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이공계가 위축돼 있던 때,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기 위함이었다.

나아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의대 진학만 꿈꿀 게 아니라 이공계 진학을 권유하고 엔지니어로 꿈의 시야를 넓히게 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그는 2023년 '일의 본질'을 출간했고, 올해 8월에는 'AI반도체 전쟁'이라는 책을 냈다.

김 원장은 "나중에 삼성을 그만둔 뒤에 책을 내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삼성 현직에 있으면서 책을 내야 엔지니어가 얼마나 멋진 직업인지를 후학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의대 진학만을 바라는 사회 풍토를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은 의도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부터는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대학생들에게 여러 반도체를 가르쳤다. 그가 교수로 합류했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대학 과목으로 반도체는 다소 생소하던 때였다. 하지만 현재는 다른 여러 대학교에도 반도체 학과가 개설되는 등 반도체 학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김 원장이 성균관대 교수로 있을 당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과목은 '모바일시스템디자인 특론'이었다. 스마트폰 부품으로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인 AP와 이미지센서를 분석하는 강의였다.

처음 생겼을 당시 주로 반도체 설계를 꿈꾸는 학생들이 듣는 강의였지만, 나중에는 반도체와 관련이 없는 학생들도 듣는 강의가 돼 수강 신청이 가장 빨리 마감되는 과목이 됐다. 김 원장은 반도체 학습 접근 문턱을 낮춘 공적을 인정받아 '자랑스러운 성균인상'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현재 꿈꾸는 모습은 어린 꿈나무들에게 반도체 학문을 재미있게 전달해 엔지니어 직업에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다. 반도체가 우리 일상과 무관하지 않으며,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의도도 있다.

강의는 레고를 이용해 자동차 만들어보기, 반도체 원리 이해, 0과 1로 움직이는 디지털 세상, 소프트웨어 코딩하기 등의 내용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는 반도체 학문 접근성이 낮아지면, 의대 진학만을 꿈꾸는 교육계 풍토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반도체 학문 접근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필요성은 여러 경로로 제기됐지만, 실제 실천에 옮긴 것은 가천대의 사례가 거의 유일하다.

김 교육원장은 "초등·중학생들이 반도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한 영재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 의대 뿐 아니라 공대에 진학해 반도체 엔지니어로의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천대 반도체교육원장으로서의 목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는 AI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될텐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반도체다. 훌륭한 반도체 인재들을 육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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