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블랙홀’에 빠진 與…‘살라미 폭로’에 지지율 추락, 쇄신책 효과 無

박나영 기자 2024. 10. 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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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지금 與 정치 브로커 말에 휘둘리지 않아”…명씨와 얽히지 않은 ‘비교우위’ 강조
韓 쇄신책 내놓지만 ‘김건희 리스크’ 근본 해결 없이는 여론 반전 계기 쉽지 않단 분석 많아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가 나눈 대화가 10월15일 명씨에 의해 공개돼 연일 파장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명태균씨 페이스북, 디자인=시사저널 양선영

"김건희 여사와 상상 못할 대화 많다"며 살라미식(잘게 쪼개기)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 의해 여의도 정치권이 흔들리고 있다. 정책 검증에 집중해야 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김 여사가 명씨를 통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2022년 보궐선거 공천과 4·10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이른바 '정치 브로커의 구태 정치'로 규정하고 쇄신 작업에 나섰지만, 아직 다 드러나지 않은 '명태균 리스크'를 과연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명씨가 각종 선거 여론조사를 통해 여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부정 여론조사 기관을 영구 퇴출하는 내용의 일명 '명태균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한다. 명씨와 관련한 의혹에 엄정 대응함으로써 이 같은 리스크가 여권을 잠식하는 것을 일찌감치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지지하는 것 부끄럽지 않게 하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명씨가 계속 일종의 살라미식으로 (의혹들을) 하나둘씩 던져놓고 있는데 마치 보수 정당이 그사람 말에 휘둘리는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지금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 브로커 말에 휘둘리지 않고 현혹되지 않는다. 당무 감사를 통해 해당 사안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명씨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이명수씨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던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한 당무 감사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명태균 리스크로 '용산'에 대한 민심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이어서 여당의 이러한 쇄신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 언론들마저 '김건희 체제 종언'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아직 다 드러나지 않은 명태균 리스크가 컵의 물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한방울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만큼 바닥 민심이 험악한 상황이기 때문다. 

왼쪽부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 수사 대상에 명씨 의혹을 추가하며 대여 공세의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검 법안엔 '김건희가 명태균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경선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선거를 했다는 의혹'이라고 명시했다. 또 민주당 의원들은 명씨 의혹을 고리로 윤 대통령 탄핵과 하야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김 여사와 연관된 명씨 의혹을 국정 농단 이슈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김 여사 리스크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내리꽂히는 양상이다. 21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4.1%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지율 등락 과정에서 최저치가 무너진 것은 올 들어 4번째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명태균 살라미 폭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불기소' 등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함께 지지율 약세가 점입가경"이라며 "부정 여론이 서슬 퍼런 현 상황에서 출혈 없는 타개안 모색이 불가한 시나리오 또한 염두에 둬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與지지층 53%도 "김 여사 공개활동 줄어야"

김 여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명태균 리스크에 대한 진상조사 등 여권의 쇄신책이 거야의 탄핵 공세를 돌파하고 여론 반전의 계기를 만들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명분을 위해서라도 하는 것이지, 진상조사 범위나 권한에 한계도 있고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최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김 여사의 공개활동을 줄여야 한다는 데 67%(한국갤럽)가 공감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53%가 공개활동을 줄여야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권 성향층에서도 이 이슈와 관련해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가시적인 조치가 나온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해법이 발견되지 못한다면 악재로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대표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탄력적이기 때문에 위로도 아래로도 열려 있기는 하다"면서도 "다만 한국갤럽은 '잘한다' '못한다'는 선택지만 있는데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매우 못한다'는 비율이 높게 나온다. 따라서 가시적인 조치가 나온다고 해도 보수층 내에서 (지지율) 소폭 상승은 있어도 대폭적인 반등으로 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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