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독주 막아라" 공감대 … 삼성·인텔 손잡고 돌파구 모색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박승주 기자(park.seungjoo@mk.co.kr) 2024. 10. 21. 17: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칩 파운드리 합종연횡
TSMC 파운드리 점유율 62%
첨단칩 분야는 92% '독점체제'
인텔, 첨단 패키징 기술 보유
삼성과 기술개발 시너지 기대
공동생산땐 물류비 낮출수도
美 첨단칩 수출통제 강화 조짐
인텔·삼성 협력 가능성 높여

◆ 파운드리 동맹 격돌 ◆

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인 파운드리는 오늘날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AI 칩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이를 전문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몇 곳이 안 된다.

인텔이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동맹을 위해 최고위 경영진 간 면담을 요청한 배경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무려 62.3%로 1위고, 삼성전자가 11.5%로 2위다. 3위부터 6위까지인 SMIC·UMC·글로벌파운드리·화훙그룹의 점유율을 다 합쳐도 18%에 불과하다.

특히 첨단 칩을 제조할 수 있는 선단공정 부문에서 TSMC의 시장 점유율은 92%에 달한다. 사실상 독점이다. 이에 TSMC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어난 7597억대만달러(약 32조원), 순이익은 54.2% 급증한 3253억대만달러(약 14조원)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의 독주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TSMC가 과점력을 무기로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린다면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긴 팹리스 기업으로선 다른 선택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들은 대안 없이 TSMC의 파운드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TSMC의 시장 장악력이 커질 경우 생산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할 수 있다"며 "기업들은 삼성 파운드리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하기만 하면 일감을 주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TSMC도 반독점 시각을 의식한 듯 사업군 다변화로 '파운드리 독점' 이미지 희석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7월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실적발표회에서 '파운드리 2.0' 비전을 선포하고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종합 반도체 회사가 되겠다고 발표했다. 파운드리를 기본으로 하되 각 분야 핵심 기업이 포진해 있는 패키징, 테스트 영역까지 확장해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을 30%까지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인텔이 삼성에 동맹을 요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종전 고객인 AMD나 퀄컴이 있지만, 후발주자인 인텔은 아직 제대로 된 매출액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인텔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있어,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는 낸드 부문에서 경쟁을 벌이면서도 일부 부문에서는 협력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키옥시아가 소유한 요카이치·기타카미에서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공동 개발·생산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삼성전자는 3㎚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 인텔은 포베로스(Foveros)와 같은 패키징 기술을 각각 보유하고 있어 상호 협력 시 공정 개선이 가능하다. 또 삼성전자는 한국 평택·화성, 미국 오스틴, 중국 시안에 설비를 갖추고 있고,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오리건, 아일랜드, 이스라엘에 공장을 확보하고 있다. 공동 생산할 경우 물류비를 낮출 수 있다.

이에 더해 주요 국가들이 AI 칩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선 것 역시 향후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AI 칩에 대한 적대국 수출 금지를 넘어,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국가별 할당제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AI 칩 수출량에 대해 국가별로 상한을 설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면서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의지가 높은 중동 국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지난달 통제할 품목을 연방관보를 통해 발표했다. 첨단 반도체, AI 칩, 양자 컴퓨팅 관련 칩이 모두 포함됐다. 한국 기업들이 핵심 기술을 보유한 고대역폭메모리(HBM) GAA뿐 아니라 미래형 컴퓨터로 꼽히는 양자 컴퓨터 관련 장비·부품·소프트웨어 등이 대거 리스트에 올랐다. 미국은 수출 규제를 6개 그룹으로 묶어서 하고 있다. IEC는 허가면제국, A는 미국의 동맹국·파트너 국가, B는 비군사적 기술 통제가 필요한 국가, C는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큰 국가, D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높은 위험을 가진 국가, E는 테러 지원 국가다.

북한·이란·시리아는 E그룹에, 중국은 D그룹에 포함돼 있다. 한국은 A그룹으로 수출 승인 원칙 국가다. 하지만 개별 심사를 요구할 경우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 역시 AI 칩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려는 추세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반도체·AI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담은 경제안보 전략 패키지를 채택했다.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가능성이 큰 물품에 대해 규제를 하겠다는 메시지다. EU는 그동안 대중 정책으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표방해 왔는데, 이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당장 AI 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파운드리가 TSMC밖에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쿼터제 도입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삼성전자나 인텔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더욱 높아져 TSMC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TSMC의 독주가 이어진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상덕 기자 / 박소라 기자 / 박승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