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제이’ 전략? 한동훈, ‘윤한 회동’ 직전 ‘명한 회동’ 예고 속내는

변문우 기자 2024. 10. 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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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리스크’ 목소리 높이는 한동훈…이재명과 ‘이해관계’ 일부 부합할까
“용산에 ‘특검법 이탈표’ 속출 가능성 경고” “그래도 특검법 찬성은 막을 듯”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왼쪽 사진부터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 일정 직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여야 대표회담이 성사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 측의 미묘한 발표 타이밍을 놓고 "김건희 여사 특검을 추진 중인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이용해 윤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등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리스크' 등 민감 현안 타개책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대표의 측근인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실 비서실장은 21일 오후 1시경 언론 공지를 통해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께서 한 대표에게 회담을 제의했고, 한 대표도 민생정치를 위해 흔쾌히 응하기로 했다"며 "구체적 일정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당 대표는 지난 대표회담에서 '추후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윤‧한(윤석열-한동훈) 회동'을 거론해 "오늘 두 분이 만나는데 요식행위로 끝내지 말고 전향적이고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시기 바란다"며 "면담 잘 하시고, 좋은 성과 내시고, 또 기회가 되시면 우리 야당 대표와도 한번 만나시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양당 대표는 지난 9월1일 첫 양자회담을 가졌지만 당시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일단 '채해병 특별법'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법' 등 쟁점 현안에 대해선 이견을 거의 좁히지 못했다. 또 비쟁점 사안으로 합의한 '공통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기구'도 대통령 거부권 정국과 국정감사 등 일정에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이재명과 동상이몽?' 한동훈의 손익계산서

그럼에도 두 사람이 다시 회동을 가지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윤‧한 회동' 직전 상황에서의 미묘한 회동 성사 발표 타이밍을 놓고 각기 해석도 분분한 모습이다.

여권 내부에선 최근 한동훈 지도부와 용산 대통령실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한 대표가 본인의 입김을 윤 대통령에게 강하게 넣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한 대표 입장에선 용산, 야권과 삼각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를 이용해 다른 오랑캐를 통제함)'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를 이용해 윤 대통령에게 경고를 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 대표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은 한 대표 입장에서도 윤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 앞서 김건희 특검법은 야권의 주도로 두 차례 국회를 통과했으나 결국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결 과정에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두 번째 특검법 재의결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특검법 찬성' 이탈표가 속출하면서 대통령실에 위기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윤‧한 회동에서 한 대표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을 경우, 친한(親한동훈)계 원내 인사들이 다음 특검법 재의결 과정에서 민주당 편으로 더욱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 '김 여사 공개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사법적 의혹 해명·사과 등 공개 입장 표명' 등 세 가지 요구안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친한계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대표가 공표한 세 가지 요구사항에 대해서 대통령실에서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에 따라서 상당히 (재의결 결과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우 전 의원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한 대표에 대해서 대통령실이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면 굉장한 후폭풍이 있지 않겠나"라며 "민주당 특검법에 동요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야권 주도의 '김 여사 특검법'이 당정에 미칠 후폭풍을 고려해, 한 대표도 실제 통과는 공개적으로 저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8일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의 특검법 재발의와 관련해 "민주당이 하고 있는 것은 실제로 뭘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거부될 것을 알면서 가능성·현실성 없는 것들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며 "저런 행태에 대해 국민들께서도 비판하실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해 친한계 국민의힘 관계자도 시사저널에 "이재명 대표도 결국 당정관계가 소원해진 고리를 이용해 여권을 흔들려는 의도가 다분해보인다"며 "한 대표 입장에서도 야권 주도로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야권에서 계산한 정국에 계속 이끌려 다니는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 섣불리 유불리를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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