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정전’ 쿠바, 허리케인에 복구 난항···빵집 앞에 장사진

윤기은 기자 2024. 10. 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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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주민들이 정전된 동안 장작불에 수프를 요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흘째 전국에 정전 사태가 이어진 쿠바에 허리케인 ‘오스카’까지 상륙하면서 복구 작업이 난항이다.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쿠바의 밤은 ‘암흑’으로 변했고, 시민들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쿠바 주간지 트라바하도레스에 따르면 비센테 데 라 오 레비 쿠바 에너지광산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5만2000명이 전력 복구를 위해 작업하고 있지만, 허리케인 오스카가 쿠바 동부에 상륙하면서 “쿠바의 회복에 추가적 불편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쿠바의 주요 전력 발전소는 올긴과 산티아고데쿠바 등 동부 지역에 있다.

레비 장관은 국내 전력망이 이번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 아침 중으로 복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양대기청 허리케인센터(NHC)는 이날 오후 6시쯤 오스카가 쿠바 육지에 상륙해 시속 80마일(130㎞/h)에 달하는 강풍을 동반했다고 밝혔다. NHC는 21일이 돼서야 오스카가 북쪽으로 이동해 쿠바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관측했다.

쿠바 당국은 동부의 관타나모, 올긴, 라스투나스 등 지역의 해안 저지대에서 “보통에서 강한” 홍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흘째 이어진 정전에 시민들은 기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CNN은 아바나의 빵집 앞마다 시민들이 빵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섰다고 전했다. 빵이 매진되자 몇몇 사람들을 새치기를 당했다며 화를 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이 어둠 속에서 비상 전원만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항공권을 발권하는 프린터와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아바나의 길거리에선 작동하지 않는 냉장고에서 식자재를 꺼내고, 길에서 주운 장작불에 요리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AP통신은 200만 명이 사는 아바나의 밤이 어두운 상황이며, 물을 주택으로 끌어오는 펌프가 작동되지 않아 물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지역 방송국 WPTV는 재미 쿠바인들이 정전 첫날인 지난 18일부터 쿠바 본국에 있는 가족들과 3일째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바 현지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없게 되면서 메신저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식량, 물, 전기 부족에 시달린 일부 시민들은 거리에 나서 정부를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아바나 외곽지역에서 냄비나 프라이팬을 두들기는 방식의 ‘카세롤라소’ 시위가 열렸다고 전했다. 산미겔데파드론의 빈민가 주민들은 항의의 의미로 도로에 쓰레기더미를 쌓아놓았다.

2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주민이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정전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쿠바 정부는 연료 부족과 발전소 노후화로 인해 정전이 일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쿠바는 석유 화력발전소에 전력 생산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쿠바의 주요 석유 수입국인 베네수엘라와 멕시코, 러시아 등아 최근 대쿠바 연료 수출량을 줄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중남미 에너지 전문가인 호르헤 피논은 쿠바의 주요 전력 발전소 다섯 곳은 모두 반세기 가까이 사용됐으며, 모두 기존 계획보다 오래 사용되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재생 에너지로 전력 발전 방식을 전환하고, 민간이 사용할 전력 생산에 정부가 더 큰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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