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들 “한국 제왕절개, 남아공보다 싸다”

안준용 기자 2024. 10. 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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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1

산부인과 의사들이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비가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싸다”며 정부를 향해 분만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 인상을 촉구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20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추계 학술대회를 열고 “초산 제왕절개 분만비가 우리나라는 250만원인데 반해 미국은 1500만원, 영국은 1200만원”이라며 “심지어 남아공도 256만원으로 한국보다 수가가 높다”고 했다.

병원에서 이뤄지는 급여 진료의 비용 대비 수익 비율을 뜻하는 ‘원가 보전율’의 경우, 산부인과는 61%(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진료를 위해 1000원의 비용을 투입해도 건보 수가 등으로 얻는 수익은 610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반면 안과의 원가 보전율은 139%, 방사선종양학과는 252%다.

김재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장은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기피 원인은 무엇보다 낮은 의료 수가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의대 정원을 늘려도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는 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의사 수를 늘려도 그렇게 늘어난 의사들은 결국 필수의료인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등 대신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재·영(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을 택할 것이란 취지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올해 158명인 국내 산과 교수의 경우, 2036년에는 97명으로 줄어들고, 2041년엔 올해의 37% 수준인 59명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전공의로 일하다 올해 사직한 김태호 정책이사는 이날 “본업을 할 때 가장 걱정되고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의료사고 관련 과도한 책임”이라며 “법률적으로 책임이 과도하다 보니 의사가 본업에 충실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산부인과는 의료 분쟁이 많이 벌어지는 과목 중 하나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2012~2020년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는 총 39명이다. 정형외과(51명), 성형외과(44명) 다음으로 많다.

김태호 이사는 “현재 무과실 분만 사고 보상금은 최대 3000만원에 불과하지만, 분만 사고 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은 이미 10억원대를 넘어섰고 사고 후 막대한 간병 비용도 든다”며 “보상금 상한을 현실적으로 10억원으로 대폭 상향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에 들어간 연간 15조원 예산 중 0.1%만 사용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만 시 의료 과실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한다. 이는 사법 리스크를 줄여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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