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개인카드로"…억대 횡령 혐의 해고했더니 '반전' [김대영의 노무스쿨]

김대영 2024. 10. 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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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카드로 업무상 지출을 하다 횡령 의혹을 받아 해고된 직원이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단을 받아냈다.

 근무시간 외에 결제가 이뤄졌고 횡령으로 의심된 금액이 포착됐다 해도, 회사 비용으로 이를 보전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징계 사유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에선 지난 8월 한 농업협동조합이 수사기관의 무혐의 판단에도 업무상 횡령·배임 등을 이유로 징계를 강행하다 제동이 걸리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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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의혹으로 해고된 사무국장
수사기관선 증거 부족 '무혐의'
계좌 입출금 내역 증거 냈지만
法 "거래내역만으론 인정 안 돼"
사진=성남시태권도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개인 카드로 업무상 지출을 하다 횡령 의혹을 받아 해고된 직원이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단을 받아냈다. 근무시간 외에 결제가 이뤄졌고 횡령으로 의심된 금액이 포착됐다 해도, 회사 비용으로 이를 보전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징계 사유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4민사부(재판장 방창현)는 성남시태권도협회 사무국장을 지내다 횡령 의혹으로 해고된 A씨가 협회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협회 자금을 횡령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어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7년 9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자신의 카드로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지출을 하고 이를 협회에서 보전받는 방법으로 약 1억8000만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았다. 이에 협회는 2021년 11월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자신의 개인 카드로 결제를 하고 이후 협회에서 비용을 보전받는 방식으로 근무해 왔다. 

협회는 또 A씨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업무상 보관하던 협회비 7억원을 151회에 걸쳐 현금 인출하는 방식으로 횡령했다고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를 불송치 결정했고 검찰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라고 판단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협회 측 주장을 반박했다. 협회 이사회 동의 없이 사무국 직원을 해고했으며 인사위원회에 소명할 기회도 없었고, 해고 사유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횡령이 인정되려면 1억8000만원에 해당하는 카드 결제 대금의 출처가 오로지 협회라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A씨에게 급여 외 수익이나 다른 자산, 제3자와의 금전 거래 등이 전혀 존재하지 않아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는 A씨의 카드 거래시간(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6시 이후), 거래장소(근무지 이외의 장소), 사용 업종을 따져 카드 사용내역이 협회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A씨가 사무국장 지위에서 협회 운영에 전반적으로 관여해 온 점을 고려하면 그것만으로 업무 관련성 유무가 확인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협회는 재판 과정에서 A씨가 금액 보전을 청구했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하지도 않은 상태로 협회 계좌 중 일부 금액을 인출했다고 주장했다. A씨 명의 계좌의 입금 내역과 협회계좌 인출 내역 중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 A씨가 임의로 보전받은 금액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협회 계좌를 관리하고 자금을 이체·출금하는 일은 다른 직원의 업무였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직원 몰래 협회 명의의 계좌에서 금전을 인출해 갔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계좌 거래 내역만으로 횡령 사실을 추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횡령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징계 해고의 경우 부당해고라는 판단이 있어 왔다.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면 징계 사유의 정당성도 힘을 잃는다. 서울행정법원에선 지난 8월 한 농업협동조합이 수사기관의 무혐의 판단에도 업무상 횡령·배임 등을 이유로 징계를 강행하다 제동이 걸리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A씨와 협회 간 분쟁은 수원고법으로 공이 넘어갔다. 협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변론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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