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불타 숨져”…전세계 중계된 19세 가자지구 청년의 비극

김자아 기자 2024. 10. 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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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난민텐트에서 불에 타 숨진 샤반 알달루. /X(옛 트위터)

가자지구의 19세 청년이 안전할 것으로 믿었던 난민 텐트촌에서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져 전 세계적으로 공분이 일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공학을 전공하던 샤반 알달루(20)는 지난 14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 부지에서 불에 타 숨졌다. 알달루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집이 파괴된 후 이곳 병원 주차장 텐트에서 가족들과 피란 중이었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센터를 타격할 목적으로 병원 단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화마는 병원 주차장에 있던 텐트를 덮쳤고 알달루와 그의 어머니 등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피란민 4명이 숨졌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의료시설을 공격해선 안 된다는 국제법을 지킬 것으로 믿고 병원 옆에 텐트를 쳤다가 변을 당했다.

알달루가 불길에 휩싸여 무기력하게 팔을 흔드는 모습은 난민촌 목격자에 의해 생생하게 영상으로 기록됐다.

알달루의 형은 “그날 밤 동생이 모든 사람 앞에서 불타는 것을 본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웠다”며 “불길이 모든 것을 삼켰고 거대한 화마로 인해 아무도 가까이 다가가 도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알달루는 20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의사를 꿈꿨던 그는 전쟁이 터지기 전 가자시티 알하즈아르 대학에서 공부했다.

전쟁중에도 그는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매일 먼거리를 오가며 온라인강의를 들었고, 소셜미디어(SNS)에는 전쟁을 멈춰달라는 호소문과 피란 현장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알달루는 부상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게 됐고, 가자지구 탈출만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여겼다. 알달루의 고모 카르바한은 “그의 계획은 자신이 빠져나온 후에 여동생과 형제, 부모를 탈출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난 5월부터 이집트로 통하는 라파 검문소를 폐쇄하면서 탈출 시도는 무산됐다.

알달루는 좌절하지 않았다. 뉴스를 보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연설을 분석하면서 가족들에게 “모든 게 잘될 것”이라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알달루는 사망 10일 전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이슬람 사원 공격에서도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결국 불 속에서 숨졌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이 영상과 관련해 “우리가 본 것을 설명할 말이 없다”며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 근처에서 작전을 수행했더라도 민간인 사상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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