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에서 찾은 '타임캡슐'…높이 143㎝ 장식기와 첫 공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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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왕이 살던 곳이나 사찰 등 중요한 건물에는 특별한 장식을 둬 그 위엄을 높였다.
대형 치미는 승방 터에서 출토된 높이 99㎝의 또 다른 치미, 연못 터에서 발견한 치미 아랫조각과 함께 전시해 과거 절의 규모가 얼마나 컸을지 생각해보도록 한다.
강 연구사는 "같은 곳에서 발견됐어도 143㎝ 높이의 치미는 에너지를 보여준다면, 99㎝ 높이의 치미는 단아한 느낌"이라며 "통일신라 치미 중에서는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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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문양·지문 남은 조각 등 눈길…기록 속 '거작' 확인도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과거 왕이 살던 곳이나 사찰 등 중요한 건물에는 특별한 장식을 둬 그 위엄을 높였다.
용마루의 양쪽 끝에 설치해 나쁜 기운을 물리쳤던 치미다.
백제 최대의 사찰이었던 익산 미륵사 역시 다양한 치미로 지붕을 장엄했다.
7세기 무왕(재위 600∼641) 대에 창건돼 조선시대까지 사세가 이어져 온 미륵사 터에서는 다양한 형태와 문양을 담은 치미 조각 900여 점 출토된 바 있다.
미륵사의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역사의 흔적, 치미 조각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익산박물관이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이달 22일부터 선보이는 특별전 '미륵사지 출토 치미 -제작, 폐기, 복원의 기록-'을 통해서다.
강건우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개막을 앞두고 21일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타임캡슐과도 같은 치미의 제작, 폐기, 복원의 과정을 돌아보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위·아래 색이 다른 치미 조각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동쪽 금당 터에서 발견된 이 조각은 날개의 한 부분처럼 보인다. 백제에서 통일신라에 이르는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나 위는 갈색빛, 아래는 검은빛을 띤다.
강 연구사는 "과거 치미가 어떤 이유로 파손되고 땅에 묻힌 걸 1980년대 찾아낸 흔적"이라며 "위·아래 색이 달랐으나 복원하면서 맞춰보니 딱 들어맞았다"고 설명했다.
조각 상태로 있는 유물이라 해도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다.
전시는 총 185건의 유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륵사지 치미를 소개한다.
나뭇잎 문양을 새기거나 실제 나뭇잎이 찍혀 있는 듯한 치미, 서쪽 금당 터에서 발견된 치미 가운데 지문이 남아있는 조각 등과 함께 치미를 만드는 방법도 소개한다.
치미에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한 흔적은 연구·조사를 거쳐 확인한 부분이다.
옛 장인들은 치미의 날개에 작은 구멍을 만들고 그 안에 얇은 금속 막대(거작·拒鵲)를 꽂았는데, 박물관은 수로 서쪽에서 발견된 치미 조각에서 실제 금속 조각을 발견했다.
강 연구사는 "금속 막대 즉, 거작과 관련한 기록은 있었으나, 실제 치미 조각에서 확인한 것은 처음으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형태와 문양의 치미 조각을 모은 2부 전시는 특히 시선을 끈다.
연못 터, 회랑 터, 배수로 등에서 발견된 조각을 연꽃무늬, 비늘무늬, 덩굴무늬 등 다양한 문양으로 묶어 보여준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치미 조각도 볼거리다.
문양 설명에는 부여 왕흥사지, 경주 사천왕사지, 충주 숭선사지 등 옛 절터에서 발견한 치미 조각 사진을 더해 서로 비교해볼 수 있다.
강 연구사는 "백제와 관련한 치미가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건 4점뿐"이라며 "조각난 치미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와 문양, 역사적 흔적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높이가 143㎝에 이르는 치미는 이번 전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유물이다.
미륵사지 동원(東院) 승방 터에서 출토된 대형 치미는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상·하부를 합쳐 완전한 형태로 복원됐다.
보존 처리를 마친 유물을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치미는 승방 터에서 출토된 높이 99㎝의 또 다른 치미, 연못 터에서 발견한 치미 아랫조각과 함께 전시해 과거 절의 규모가 얼마나 컸을지 생각해보도록 한다.
강 연구사는 "같은 곳에서 발견됐어도 143㎝ 높이의 치미는 에너지를 보여준다면, 99㎝ 높이의 치미는 단아한 느낌"이라며 "통일신라 치미 중에서는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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