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8년의 정성 농축된 인삼… 고스란히 정수 담아 식탁까지
토양 등 440개 검사로 철저관리
건조 후 생산·포장 모두 자동화
KGC 인삼공사 원주공장을 가다
지난 17일 오전 8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 해가 다 뜨지도 않아 날씨마저 쌀쌀했던 아침부터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문혜리 일대 한 인삼밭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여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군부대가 인접해 있다보니 아침부터 총성과 포탄소리가 깜짝 놀랄 정도로 크게 들렸지만 작업자들은 이 상황이 익숙한듯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흑인 노동자들도 익숙하게 밭에서 인삼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트랙터가 밭을 가로질러 땅 속에 묻혀있던 인삼들을 밖으로 꺼내면 수십명의 작업자들이 달라붙어 신속하게 인삼들을 분류해 담아냈는데, 마치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자동화 공장 같았다.
이곳에서 만난 이주명(43) 씨는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2004년 이후 20년째 인삼밭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농촌인력이 고령화되면서 대부분 외국인이 일하고 있다"며 "베트남 등지에서 용역업체를 통해 인삼밭 작업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약 3000여평이 되는 토지에 모인 작업인력은 80여명이었다. 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약 7시간 가량 인삼을 수확한다.
인삼은 가을이 시작되는 9월부터 수확을 시작해 겨울이 오기 전까지 약 2~3개월 사이에 수확을 모두 완료한다고 한다. 이날 수확하는 인삼은 6년근 인삼으로, 2년간 예정지 재배(2년 동안 토양을 관리하는 작업), 6년 경작 등 총 8년이라는 시간을 쏟은 상품이다.
이씨는 "인삼농사는 토지 임대부터 시작해 수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다보니 워낙 까다롭고 진입장벽이 높다"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 손을 다 거쳐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에는 해충 방제작업과 제초 작업을 해야 하는데, 농약도 마음대로 칠 수 없다"며 "씨가 생기면 영양분 손실이 있기 때문에 매년 꽃도 손으로 일일이 따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인삼 재배 과정에 대해 자세히 듣고 있다보니 어느덧 새참 시간이 됐다. 열심히 작업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두 우르르 몰려가 새참을 먹기 시작하는데 영락없는 한국인 농부의 모습이었다. 어떤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소주를 새참에 곁들여 먹기도 했다.
이곳은 KGC인삼공사와 계약해 재배를 하는 곳으로, KGC인삼공사 본사에서 파견된 인력도 작업을 함께 했다. KGC인삼공사 직원은 매년 계약 재배를 하는 농가를 방문해 수확작업을 직접 체크하고 관리감독하고 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농장별로 수확 시기나 물량 등도 데이터화 하고 있으며, 수확이 완료되면 인삼공사에서 제공한 케이블 타이 등으로만 포장해 인삼이 바뀌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확한 인삼은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KGC인삼공사 원주공장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갓 들어온 인삼이 어떻게 제품으로 만들어지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다.
원주공장에서 만난 은미화 KGC인삼공사 원주공장 지원부 프로는 "원주공장에서는 구매장, 세삼(삼을 세척하는 과정), 증삼, 농축, 배합, 충전, 포장 등의 과정을 통해 정관장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협력사를 포함해 총 37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KGC인삼공사는 100%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삼을 구매하기 때문에 땅에 삼의 종자를 심기도 전에 계약을 체결한다"며 "이후 인삼을 키우는 과정에서 토양 검사, 성분 검사 등 440여 가지 안정성 검사를 5회 가량 실시해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삼 과정을 살펴보기 방문한 곳에서는 입구부터 인삼과 흙의 향기가 진동을 할 정도였다. 작업자들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인삼을 크기별로 선별하고 있었는데, 1년 중 9~12월에만 인삼을 구매하기 때문에 해당 작업은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홍삼이 되기 위해서는 증삼건조실을 거쳐야 한다. 인삼을 증기로 쪄서 건조하면 홍삼이 되는데, 뿌리째 판매하는 고급삼의 경우 일광 건조장에서 별도로 건조해 제품으로 만든다고 한다.
어느정도 건조된 홍삼은 추출농축공정과 충전공정 등을 통해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제품은 종류에 따라 스틱형, 파우치형 등으로 나뉘게 되는데, 제품 생산 과정에서는 모든 과정이 제작부터 포장까지 자동화로 이뤄졌다.
이곳 원주공장의 수삼처리 능력은 연간 최대 3000여톤으로, 일일 최대 100만포까지 홍삼 배합액을 파우치에 담을 수 있는 충전설비를 비롯해 시간당 2만2000포까지 제품포장이 가능한 '델타로봇' 등을 갖추고 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자동화설비와 생산능력을 더욱 강화하여 선진화된 공장을 구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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