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카르텔 폭력 비판한 멕시코 신부, 괴한 총격에 사망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폭력을 비판하면서 남부 치아파스주에서 평화운동을 해오던 가톨릭 신부가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치아파스 검찰청은 2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마르셀로 페레스 신부가 이날 산크리스토발데라스카사스 길가에서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페레스 신부는 교회에서 미사를 마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오토바이에 탄 두 명의 괴한으로부터 피습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치아파스 검찰청은 용의자 추적에 나선 동시에 구체적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치아파스 원주민 초칠족 출신인 페레스 신부는 지난 20년간 현지 원주민, 중남미 이주민 보호 활동을 하고, 카르텔의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기적으로 열었다. 2021년 자신이 속한 교구와 주 정부 등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토지 분쟁 등 카르텔과 정부 간 갈등을 중재하기도 했다.
그의 사망 소식에 예수회는 성명을 내고 “페레스 신부는 저항의 상징이었으며, 수십 년 동안 치아파스 지역 사회와 함께 서서 사람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수호하고 진정한 평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페레스 신부가 마약 카르텔 조직원에 의해 피습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페레스 신부는 지난달 13일 카르텔 폭력 종식 촉구 집회를 열고 “치아파스는 시한폭탄이다. 조직범죄로 인해 실종자도 많고, 납치된 사람도 많고, 살해된 사람도 많다”고 연설했다. 당시 그는 가톨릭 신자 3000여 명과 함께 121㎞를 걸으며 평화를 기원하는 행진을 했다.
루틸리오 에스칸돈 치아파스 주지사는 이날 엑스에 “페레스 신부에 대한 비겁한 살인을 규탄하고, (이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범죄자들이 법정에 서도록 모든 관련 당국과 협력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에선 마약 카르텔의 눈 밖에 난 종교인과 평화 활동가, 언론인, 정치인들이 괴한에 의해 협박을 받거나 살해당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보호조치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매체 엘포풀러는 2020년 페레스 신부가 전화로 살해 위협을 받고 당국에 첫 신고를 했고, 이후 여러 차례 더 도움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별다른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17일엔 북부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에 있는 일간지 데바테 사옥 안에 괴한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는 이 신문을 배달하던 직원이 괴한에 납치됐다. 데바테는 총기 난사 사건 전날 카르텔 사카테카스 북동부 수장 엘 판테라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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